‘극우’ 배넌 국가안보회의서 밀어낸 맥마스터

입력 2017-04-06 18:24 수정 2017-04-06 20: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브 배넌(64)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직을 박탈했다. 백악관 권력서열 개편과 맞물려 허버트 맥마스터(55) 국가안보보좌관이 ‘소통령’ 배넌을 축출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트럼프호의 막가파식 외교안보 정책도 전통 노선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배넌은 NSC 장관급회의에서 배제됐고, 관보에 게재된 회의 참석자 명단에서도 누락됐다. 또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당연직 위원에 복귀하고, 톰 보서트 국토안보보좌관의 역할이 축소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맥마스터가 NSC 구성에서 재량권을 행사하겠다고 건의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배넌은 필요할 경우 NSC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창립자로 외교안보 경험이 일천한 배넌은 지난 1월 28일 NSC 상임위원에 발탁됐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안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배넌은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반(反)이민 정책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막후에서 추진, 확고부동한 ‘문고리 권력’의 위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실상 실패로 귀결된 반이민 행정명령이 자충수가 됐다. 좌충우돌하는 배넌을 탐탁지 않게 여긴 맥마스터가 이를 축출의 명분으로 삼았고, 논란의 행정명령에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힌 트럼프가 개국공신 배넌을 일보 후퇴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디나 파월 NSC 부보좌관도 국수주의 성향의 배넌과 사사건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마스터의 권력투쟁 승리로 그가 외치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내치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최근 맏딸 이방카를 보좌관에 공식 임명한 것도 백악관 역학구도 조정의 일환으로 읽힌다.

맥마스터가 NSC의 전권을 장악하면서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육군 중장 출신의 맥마스터는 지난 2월 20일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의 후임으로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개편이 단행된 사실도 주목된다. 대북 강경론자인 맥마스터는 중국을 압박해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에게 ‘노(NO)’라고 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냉철하고 현실적인 안보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