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소환’ 논란 의식?… 우병우, 힘빠진 檢 출석

입력 2017-04-06 18:07 수정 2017-04-06 20:55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이 탄 차량이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옥중 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김지훈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검찰 포토라인에 다시 섰다. 꼭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6일에 피의자로 섰던 바로 그 지점이다. 두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우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를 받고, 구속 문턱까지 갔었다. 세 번째 수사기관에 불려나온 그는 위압적이기까지 했던 예전의 기세가 많이 꺾인 상태였다.

우 전 수석은 오전 9시54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안내를 하는 검찰 직원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천천히 포토라인으로 걸음을 옮겼다. 1차 조사 때의 ‘레이저 눈빛’ 논란을 의식한 듯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저 정면을 응시하거나 바닥을 내려다봤다.

우 전 수석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 출석 때와 지난 2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법정에 나갈 당시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었다. 그러나 이날 그는 기운이 없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카메라 플래시 소리에 묻힐 정도였다. 너무 다른 태도에 의도된 연출이란 분석도 나왔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은 오늘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를 받으며 답하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최순실씨를 모른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엔 한숨을 쉬며 “네”라고 답했다. 질문이 이어졌지만 자신이 서 있는 포토라인을 한 번 쳐다본 뒤 고개를 들며 대답을 피했다.

‘세 번째 소환인데 하실 말씀 더 없느냐’고 묻자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 대신 모시던 상관이 파면·구속된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 그는 “대통령님과 관련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그런 심정이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우 전 수석은 청사 로비에서 대기하던 검찰 직원 2명과 함께 민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보통 엘리베이터를 미리 잡아놓지만 이번엔 이런 편의도 제공되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은 한동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다. 유력 인사의 경우 조사 시작 전 수사팀 간부와 갖는 통상적인 티타임마저 생략됐다. 검찰로서도 지난해 11월 우 전 수석이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일었던 ‘황제 소환·황제 조사’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 전 수석은 최씨 일단의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비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등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 조치 요구, 자신의 개인비리 의혹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 방해,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등도 있다. 앞서 특검은 11개 범죄 사실을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 2기 특수본이 새롭게 포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함께 그의 부인과 장모, 재산관리인 등 범죄 혐의가 포착된 일가족을 일괄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