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일 후보 확정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호남을 선택했다. 본선 대진표 확정 이후 거세진 ‘안철수 바람’을 호남에서부터 차단하기 위한 견제구 성격이 짙다. 문 후보는 세월호가 접안된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하고, 광양제철소와 5·18민주묘지를 찾아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는 ‘치유와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문 후보는 오전 전남 광양의 광양제철소를 찾아 용광로를 직접 둘러봤다. 그는 “광양제철소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고 5·18민주묘지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의 통합을 바라는 취지로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경선 이후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용광로 선대위’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 흡수에도 발 벗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격차가 더 이상 좁혀지면 대세론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후보는 7일 오전 충남 홍성 충남도청으로 안 지사를 직접 찾아간다. 면담 이후엔 안 지사와 함께 충남도 역점 사업 현장인 내포 첨단산업단지 조성 현장도 방문한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 이후 통합 행보는 당연한 것”이라며 “안 지사와 이 시장이 통합의 메시지를 내면 이탈한 지지층은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후보는 8일에도 안 지사, 이 시장과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가선 먼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제안한 뒤 끝까지 불렀다. 이어 “이번 5·18기념식에는 반드시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는 지지자들과 만나 “덕분에 광주·호남 경선을 잘 마쳤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이제 다시 신발끈을 졸라매고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해내자”고 각오를 다졌다.
오후에는 세월호가 도착한 목포신항을 찾았다. 문 후보는 세월호 육상 거치가 늦어지는 이유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이어 미수습자 가족들과 면담하고 자원봉사자 및 유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격도 잊지 않았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원고 없는 끝장토론’ 제안에 대해 “안 후보는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저와 토론을 말하기 전에 국민들에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촛불집회 불참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적폐 세력들로부터도 지지받는 상황을 보면 과연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에 대한 답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런 직설적 화법은 이번 호남 방문의 핵심 목표가 ‘안철수 견제’에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선에서 늘 ‘전략적 선택’을 해온 호남 민심을 안 후보에게 빼앗길 경우 동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포=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文, 광주서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광폭행보 시작
입력 2017-04-06 17:53 수정 2017-04-06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