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다.”
역사적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대결이 6일 오후 9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렸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그룹 A(4부리그) 4차전을 가졌다.
경기장은 시합 두 시간 전부터 북적였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 관람석 7000석 중 현장 발권하는 1000석을 제외한 6000석이 경기 전날 매진됐다. 국회 평창동계올림픽지원 특별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등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20여명도 눈에 띄었다. 남북공동응원단은 앞면에 한반도가 그려진 하얀 후드 티를 입고 경기장 한켠에 자리 잡았다. 500여명이나 되는 남북공동응원단에는 이날 개성공단 기업인과 금강산기업인회 임원들까지 가세했다.
이윽고 남북 선수들이 입장했다. 수많은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다. 막대풍선으로 박수를 치고, 한반도기를 높이 흔들었다. 선수들은 좌우에 일렬로 서서 인사했다. 경기장 상단 중앙에 있는 전광판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비춰졌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은 응원전을 시작했다.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와 우리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러 펴졌다. 또 구호도 외쳤다. 그런데 “한국 이겨라” “북한 이겨라”가 아니었다.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였다. 최근 남북관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경색됐다는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분단 상황을 잠시 잊고 시합에 몰두했다.
관중들은 승패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남북이 강릉에서 서로 만나 선의의 대결을 펼친다는 것에 가슴벅차했다. 북한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함께 외치며 따뜻한 민족애를 과시했다. 특히 남북 선수 누구라도 경기를 하다 쓰러지면 혹시나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실제 북한 정수현이 2피리어드 종료 직전 수비하다 퍽(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자 관중들은 “정수현”을 계속 외치며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딸 아현(11)양과 함께 광주광역시에서 응원을 온 윤영일(41)씨는 “아이에게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일깨워 주고 싶었고, 남북이 서로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남북공동응원단에 참여한 노정선(72) 평화통일행동협의회 대표는 “이념색이 없는 스포츠를 통한 만남이 남북 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이는 문화와 예술, 경제인의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는 한국이 북한을 3대 0으로 이기고 대회 4연승을 달렸다. 경기가 끝나자 승리 팀인 한국의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방송됐다. 북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도열해 태극기를 정중히 쳐다보며 예의를 표시했다. 이어 남북 선수들은 언제 치열한 대결을 펼쳤느냐는 듯 서로 뒤엉킨 채 한자리에 모여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 관중 앞에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또 손을 흔들거나 하키스틱을 위로 올리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이스링크 전체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관중들의 응원구호는 “잘했다 코리아”로 바뀌었다. 경기장 안에서 작은 통일이 이뤄졌다.
강릉=모규엽 서승진 기자 hirte@kmib.co.kr
한반도旗 응원… ‘빙판 남북통일’ 이뤘다
입력 2017-04-06 18:56 수정 2017-04-07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