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 TV토론 승자는 연차휴가 내고 출마한 ‘포드차 수리공’ 필립 푸투

프랑스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이 열린 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생드니의 스튜디오에 총 11명의 대선 주자가 모였다. 그러나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할 때 후보 중 한 명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후보는 스튜디오에 지각한 것도 아닌데 일부러 다른 후보들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들은 내 동료가 아니다”면서 촬영을 거부해서다. 이 후보는 극좌파 정당인 반자본주의신당(NPA)의 대선 후보 필립 푸투(50·사진)였다.

지난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출마인 푸투는 정장 차림의 다른 후보들과 달리 수수한 베이지색 티셔츠 차림으로 토론장에 나섰다.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이 아니다’란 슬로건을 내건 푸투는 토론 시작과 함께 “나탈리 아르토(공산당·현직 교사) 후보를 제외하곤 내가 유일하게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포드자동차 공장 기계 수리공이다. 이어 유력 주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을 쏟아내는 등 토론 내내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세비 횡령 스캔들에 휩싸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을 몰아붙일 때가 단연 압권이었다. 푸투는 피용을 향해 “횡령에 대해 소송을 걸겠다”고 말해 상대의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르펜을 지목해서는 “유럽의회 조사를 피하려고 면책특권을 내세웠다”고 비난하며 “경찰이 노동자들을 잡으러 올 때 우리에겐 그런 특권이 없다”고 일갈하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을 향해서도 “노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토론 뒤 푸투의 ‘활약’은 소셜미디어를 강타했다. 11명 중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집계됐고, 투박함과 특유의 해맑은 웃음으로 유력 주자들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편집배원의 아들로 대학에 낙방한 공장 근로자가 대선 출마를 위해 5주간 휴가를 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보통사람’들에게 동질감을 선사했다는 반응이 쇄도했다.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