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꺾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안 후보는 다자대결에선 오차범위 내로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를 추격하고 있고, 양자대결에선 앞서기까지 했다. 서울신문과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양자대결 시 안 후보가 47.0%를 얻어 40.8%를 얻은 문 후보를 앞섰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양자대결 시 안 후보가 50.7%로 문 후보(42.7%)를 크게 앞섰고 다자대결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8.4%와 34.9%로 오차범위 내 격차를 보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안희정 현상’을 만들어냈던 중도·보수층 표심이 안 후보로 옮겨가면서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가 공존하며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심은 편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주문한다. 문 후보의 정권심판론은 당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대통령이 파면돼 감옥에 간 뒤에도 정권교체와 적폐 청산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바람에 민심이 냉랭해졌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고, 대결보다 화합을 추구하며, 암기한 듯한 발언을 반복하기보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자기의 말을 하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컨벤션 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민주당 고위 인사들의 판단은 너무 안이하다. 문 후보가 지지층을 확장하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1000명에 달하는 자문단과 패권정치를 보며 국민들은 ‘박근혜정부 시즌2’를 걱정하고 있다.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 등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이 꺾인 것도 두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때문이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끝장 토론을 벌이자는 안 후보의 제안에 침묵하면서 ‘문자폭탄은 양념’이라거나 ‘안철수 조폭 연루설’ 등의 과한 표현을 하는 것은 품격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유권자들을 질리게 한다.
안 후보는 지지율 상승에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문 후보에게 반감을 가진 중도·보수층 표가 이동한 영향이 크다. 다소 모호한 안 후보의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지면 지지율이 출렁일 수 있다. 또 안 후보는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인위적 연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대선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민심은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사설] 안철수 지지율 상승이 의미하는 것
입력 2017-04-06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