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윤덕여-北 김광민, 선수로 감독으로… 묘한 평양 맞대결

입력 2017-04-06 18:51

1990년 10월 11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 축구경기.

남·북 여자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윤덕여(56) 감독과 김광민(55) 감독은 당시 나란히 수비수로 출전해 맞대결을 벌였다. 윤 감독은 “남북통일축구 외에도 다이너스티컵과 월드컵 예선 등 몇 차례 경기에서 김 감독과 함께 뛰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이번엔 사령탑으로 평양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축구가 만들어 준 묘한 인연이다.

윤 감독과 김 감독이 자국의 여자 대표팀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것은 2013년 7월이었다. 그때 김 감독은 북한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대회에 참가해 23년 만에 윤 감독과 해후했다. 당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던 북한은 한국을 2대 1로 꺾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2대 1로 꺾은 덕분에 북한은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다.

윤 감독과 김 감독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또 만났다. 이번에도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북한에 1대 2로 패했고, 북한은 금메달을 가져갔다. 윤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김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밀렸다.

이들이 이끄는 남북 대표팀은 7일 오후 3시30분 김일성경기장에서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로 다시 한 번 맞붙는다. 윤 감독은 “김 감독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북한 여자축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이젠 우리가 좋은 경기력으로 북한을 이길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이번엔 반전 드라마를 쓰고 웃을 수 있을까.

평양=공동취재단,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