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보험사기꾼이 ‘크라이슬러 300C’ 선호하는 이유

입력 2017-04-07 05:03
보험사기 혐의자가 탄 차량이 찍힌 주유소 CCTV 화면. 경유 차량인 크라이슬러 300C(뒤 차량)를 탄 사기 혐의자가 종업원의 휘발유 주유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A씨(25)는 2014년 6월 경기도의 한 주유소에서 2007년식 중고 크라이슬러 300C 차량에 기름을 넣었다. 경유차인데 은근슬쩍 휘발유 주유구 쪽에 차를 댔다. 주유소 직원은 휘발유를 차에 넣었다. A씨는 이듬해 5월까지 7번에 걸쳐 고의로 혼유 사고를 내고 보험금 6300만원을 타냈다.

금융감독원은 A씨처럼 휘발유 혼유 사고를 유도한 보험사기 혐의자 20명을 적발해 경찰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이 타낸 보험금만 6억2000만원(66건)에 이른다. 1년에 3회 이상 혼유 사고를 낸 혐의자 등이 포함됐다.

20명 중 18명은 2006∼2008년식 크라이슬러 300C 차량을 중고로 사서 범행에 이용했다. 왜 크라이슬러 300C일까.

비밀은 연료주입구에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크라이슬러 300C의 연료주입구는 다른 경유차보다 작다”며 “이를 이용해 휘발유차인 것처럼 주유소 직원을 속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유차의 연료주입구는 직경 3.0∼4.0㎝로 휘발유차의 연료주입구(2.1∼2.2㎝)보다 크다. 크라이슬러 300C의 연료주입구가 작다보니 주유소 직원들이 휘발유차로 착각한 것이다.

혼유 사고가 나면 일반 차주들은 부품 교체 등 차량수리(실수리 비중 94.2%)를 선호한다. 하지만 적발된 이들은 보험금의 75.8%를 미수선수리비로 탔다. 수리비를 900만원 정도 받고 약 150만원 드는 연료탱크 세척을 한 후 계속 같은 차량으로 범행을 하는 식이다.

수법도 다양했다. 어떤 기름을 넣어야 하는지 미리 알리지 않았다. 차량 유종 스티커도 뗐다. 3만원의 소액 주유를 하며 여러 주유소를 돌아다녔다. 조직적인 범행도 이뤄졌다. 1명이 크라이슬러 300C 휘발유 차량으로 먼저 기름을 넣고 다른 공모자가 곧바로 같은 모델 경유차의 주유를 요청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