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어린이도서전이 한창이다. 우리 작가와 출판사들의 활약도 한창이다. 올해도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이 나왔는데, 잔인한 코끼리 사냥에 일침을 가하는 ‘이빨 사냥꾼’이라는 작품이다. 엄정한 주제가 아름답지만 무거운 색조에 실려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이빨 사냥꾼에 대한 과감한 단죄에 책을 보면서 놀라고, 작가가 앳된 얼굴의 젊은 여성이라는 데 다시 놀라게 된다. 또 올해는 보림출판사가 ‘올해 최고의 아동출판사 상’도 받았다. 6개 대륙에 하나씩 수여되는 상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세계 최대 어린이도서전인 볼로냐에서 놀라워하고 부러워하기만 하던 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점차 놀라게 하고 부러워하게 하고 있다. BIB(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같은 그림책 축제에서도 그렇다. 그림책은 도서 저작권 해외 수출에 일등공신이다. 작가, 출판사, 독자, 그림책문화 단체들이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빛나게 올려놓은 덕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작가, 1인 출판사들의 분투가 눈물겹다. 그림책을 혼자 쓰고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지만 이삼 년 걸린다고 치자. 요즘 같으면 초판도 2000부면 많이 찍는다. 인세라야 200여만 원이다. 재쇄는 기약이 없다. 그림책 작가들이 밥 먹고 사는 게 기적일 정도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무 지원도 못 받은 채 십시일반 돈을 걷어 볼로냐에 스탠드를 차려 작품을 선보이고, 포트폴리오를 들고 세계 각국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삼사 년을 버틴 지금 그들의 책은 국내외에서 선을 보이고, 스탠드는 북적거린다. 서점과 직거래하는 한 1인 출판사 대표도 1미터짜리 제일 작은 스탠드에서 낮에는 달리는 영어로 안간힘을 쓰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면 본국의 주문사항을 살피느라 기절할 지경이다. 민소장, 김작가, 임대표…. 이들의 뜨거운 머리와 핏발 선 눈, 물집 잡힌 발이 우리 어린이책 생태계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리고 있다. 아름다운 야생화 같은 그들을 응원한다.
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볼로냐의 야생화’
입력 2017-04-06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