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울산동부경찰서 관내 강동파출소. 중년의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마주보고 있었다. 1968년 헤어졌던 남매가 50년 만에 상봉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영화 같은 재회를 이끌어낸 건 한 경찰관의 노력 덕분이었다.
강동파출소 2팀장 이영희 경위는 지난 3일 관내를 순찰하던 중 윤복순(56·여)씨의 사연을 듣게 됐다. 강원도 양구군에서 태어난 윤씨는 7살이던 1968년 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과 생이별했다. 어머니가 동생을 데리고 재혼하고, 오빠는 양자로 다른 가정에 입양됐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윤씨도 이웃집에 입양되다시피 하면서 가족은 흩어졌다.
윤씨는 이 경위에게 “50년 넘게 찾지 못한 가족이 있다”며 사연을 털어놓고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꼭 오빠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씨가 기억하는 것은 오빠의 이름 석자와 양구가 고향이라는 사실뿐이었다.
이 경위는 강원도교육청과 양구군청, 종친회 등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윤씨 오빠의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그로부터 오빠 윤규복(60)씨가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경위는 즉각 남매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별은 모질게도 길어 50년을 끌었지만 재회는 거짓말처럼 이틀 만에 이뤄졌다.
오빠는 윤씨에게 “세월이 많이 변했구나.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여동생을 찾을 수 없어 애를 태웠다”고 회고했다. 울산 북구 정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씨는 “오빠를 오랜만에 만나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면서 “오늘 오빠에게 내가 만든 맛있는 아귀찜을 대접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 남매는 자신들의 상봉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 경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경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름과 출생지만으로 사람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극적인 상봉을 보니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지만 두 사람의 어릴 적 기억이 대부분 일치해 남매가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7살 때 헤어진 남매 반세기 만에 상봉
입력 2017-04-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