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치열한 대선 레이스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화법(話法) 대결이다. 문 후보가 점잖으면서도 핵심 메시지에 힘을 싣는 ‘선비형’ 전략을 구사한다면 안 후보는 최근 복식호흡을 활용한 굵은 저음으로 연설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대중연설이 정치 초년생이던 2012년 대선보다 한층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몰입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후보는 민주당 경선 연설에서 신뢰감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5일 “문 후보 목소리가 2012년에 비해 무거워지고 낮아졌다”며 “경선 때도 다른 후보들은 시종일관 ‘강강강강’식의 연설 스타일이었다면 문 후보는 ‘약약강약’으로 포인트를 줘 신뢰감을 더 얻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캠프 대변인 등의 조언도 있지만, 문 후보 자신이 현장 분위기에 맞춰 강조할 부분을 선택한다고 한다. 문 후보가 정치 입문 전에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만큼 법조인의 언변과 사회운동가의 강단 있는 연설 스타일이 섞여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엘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탁민규 대표는 “그동안 문 후보는 대세론을 업고 있었기 때문에 화법에서도 굳이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본선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면 연설 스타일도 한층 공격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도 국민의당 경선을 통해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연설에서도 공격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지자들은 뱃속에서부터 끌어 올린 듯한 굵은 저음을 낸 안 후보에게 ‘루이 안스트롱’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로커들이 사용하는 ‘그로울링’(울부짖는 듯한 창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안 후보는 5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달라진 목소리에 대해 “자기 자신도 못 바꾸면 나라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는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 등이 연설전략을 조언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안 후보 스스로가 변화에 적극적이라는 후문이다.
스피치 전문가들도 두 후보의 이런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본다. 민영욱 스피치앤리더십센터 원장은 “문 후보의 경우 ‘적폐 청산’과 같은 소신이 연설에서도 드러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며 “5년 전에 비해 훨씬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복식호흡으로 끌어올린 목소리가 인상적이고, 솔직한 연설 스타일도 본인의 깨끗한 이미지와 어울린다”며 “아마추어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정치꾼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아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두 후보의 연설 수준이 ‘B-(마이너스)’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여전히 묻어나오고,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박한 평가의 근거다. 한 스피치센터 소장은 “문 후보는 변호사 출신인데도 단어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 없다”며 “연설 흐름도 매끄럽지 않고 움찔움찔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굵은 저음을 목에서 억지로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럽게 발성하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며 “연설 내용과 제스처, 시선 처리에서 일관성을 키워야 호소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문재인 ‘선비화법’ vs 안철수 ‘그로울링’… 화법 대결 관전포인트
입력 2017-04-06 05:02 수정 2017-04-06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