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세환] 서민 주거안정 들먹이며 이익 챙기려는 주택협회

입력 2017-04-05 19:31 수정 2017-04-05 21:18

‘서민 주거안정’과 ‘내수 진작’.

최근 한국주택협회가 정당별 대선 후보자 캠프와 정부에 부동산 정책과제를 건의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대내외적 경제 불안으로 올 한 해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니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줄여 수요자가 마음껏 집을 살 수 있게 하고, 주택시장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정·관계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의안을 훑어보면 주택 실수요자보다는 건설사의 이익을 위한 내용만 가득하다. 후분양제 반대가 좋은 예다. 후분양제란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수준 이상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입주 전 차익을 노리는 단기투기가 어렵고 기존 아파트 값이 덩달아 오르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닥터아파트가 소비자 1207명을 대상으로 후분양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1%는 ‘적극 찬성’, 52%는 ‘대체로 찬성’이라고 답했다.

주택협회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의 부담이 늘어나고, 분양가가 상승해 오히려 서민들이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2007년 SH공사가 후분양제를 도입한 뒤 은평 뉴타운 아파트 분양가격은 2006년 선분양제 때와 비교하면 10.24% 낮아졌다.

주택협회는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건의안에 명시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은 0.10% 오르며 지난 2월(0.04%) 대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을 3년간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3.3㎡당 4000만원을 넘고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수백대 1의 청약 경쟁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협회 측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안정세를 유지 중”이라며 “재건축 사업이 중단·지연되면 도심 전월세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건설업계에는 주택협회를 비롯해 수십개에 달하는 이익단체가 존재한다. 대부분 건설사가 낸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결사의 자유에 따라 건설업체를 위해 뛰는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건설사의 이익에 ‘서민’이나 ‘주거 안정’ ‘실수요자 보호’ 등의 수사를 동원해 합리화하거나 사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과거 ‘건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가 일부 건설사·투기꾼의 배만 불리고 주거 소외층을 양산한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다.

박세환 산업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