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독자적 무역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는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전날 도착한 메이는 곧바로 내무장관 겸 왕위 계승자인 모하마드 빈 나예프 알사우드 왕자를 만나 테러리즘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양국 외무장관은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에 대비한 무역 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6개월마다 전략적 대화를 갖기로 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달 29일 브렉시트가 개시된 후 첫 해외 순방으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됐다. 유럽연합(EU) 밖에서 새 관계를 정립해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인권단체들은 이번 순방을 반대했다. 사우디가 1만명 넘는 민간인 희생자를 낸 예멘 내전에 개입해 있는 데다 여성 인권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아서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독재 왕정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이는 순방 의제를 경제 이슈라고 밝히면서도 “까다로운 현안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또 “여성 리더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며 여성 최초로 고위 공직인 스포츠청 여성담당부 대표에 오른 리마 빈트반다르 알사우드 공주와 만났다.
메이는 사우디 외무부의 요청에도 히잡을 쓰지 않았다. 다만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 대신 긴 정장 바지를 입어 최소한의 예의를 표했다. 텔레그래프는 “과거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사우디 방문길에 (사우디를 배려해) 예복과 모자를 착용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메이, 첫 사우디 방문… ‘EU 밖 영국’ 활로 모색
입력 2017-04-05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