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1차 투표를 앞두고 프랑스 대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2차 TV토론에 나선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경기 부양책과 일자리 대책, 국가 안보를 부르짖으며 준비된 대통령을 자처했다. 하지만 ‘지지율 4% 대통령’의 불출마로 본격 불붙은 대선판의 주인공은 언제나 스캔들의 몫이었다.
이날 CNN방송은 ‘추문과 음모: 프랑스 대선의 이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각종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지난 4개월여의 대권 경쟁을 조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 현대 프랑스 정치사에서 재선을 포기한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여배우와의 밀회에 민심은 차갑게 식었고, 10%를 넘나든 실업률은 기름을 부었다.
청렴한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는 비리 의혹으로 조연으로 주저앉았다. 대신 아내 페넬로프가 ‘신 스틸러’(Scene Stealer·주연 이상으로 주목받는 조연)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피용은 페넬로프와 두 아들을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세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고가 양복을 선물받았다는 의혹도 겹쳤다. 피용은 급기야 올랑드의 비밀조직이 관련 정보를 언론에 넘겼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피용 대신 주연으로 떠오른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장관도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장관 재직 시절 경제부의 하위 기관이 가전박람회 행사를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넘겼다는 파문에 휩쓸렸다. 25살 연상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가 정책보다 더 주목받는 부분도 약점이다.
극우 포퓰리즘의 주역 마린 르펜(49) 국민전선 대표 역시 비서실장과 보디가드를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인종혐오 발언으로 또 유죄를 선고받은 아버지 장 마리 르펜도 골칫거리다.
이날 TV토론에서 마크롱과 르펜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마크롱은 반(反)유럽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고, 르펜은 무역장벽을 세워 프랑스를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르펜이 “강한 유럽연합 공약은 50년 넘은 고리타분한 얘기”라고 날을 세우자 마크롱은 “당신 아버지의 거짓말을 답습하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극우 포퓰리즘의 광풍 속에서 프랑스, 나아가 유럽의 앞날을 가늠할 이번 선거에서 국정 철학과 정책 경쟁은 무대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결국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낀 부동층이 마크롱과 르펜의 2파전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된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공동 1위를 기록한 두 후보의 지지율은 25%에 불과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1위부터 3위까지 비리·막말… 추한 佛 대선
입력 2017-04-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