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대전(大戰)이 열린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이르면 오는 6월 본격 영업을 개시한다. 40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송금 및 중금리 대출 등이 특징이다. 선두주자 케이뱅크를 제칠 수 있을지, 기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카카오뱅크의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공동대표는 의결 직후 기자단 브리핑에서 “2개월 후 영업 개시라 서비스와 관련한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면서도 “해외송금 및 가격·편의성 측면에서 케이뱅크와 차별적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카오뱅크는 예금·대출 등 모든 업무를 모바일로만 제공한다.
최대 무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인지도 면에서도 고객에게 훨씬 친숙하다. 송금 서비스에서 이런 장점을 활용한다. 카카오뱅크 앱에서 카카오톡 주소록을 곧바로 연결해 간편송금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고객이 아닌 상대방에게도 송금이 가능하다. 상대방이 카카오뱅크 앱을 다운받으면 된다. 채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금융봇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인공지능이 금융상태 점검, 개인상담 등을 맡게 된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리는 게 목표다.
대출상품도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저신용자도 이용할 수 있는 소액 마이너스 대출상품 ‘모바일 속 비상금’을 출시한다. 최대 한도를 200만원으로 잡고 신용에 따라 금리·한도가 달라진다. 카카오뱅크 주주사인 SGI서울보증을 낀 대출이라 대상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존재 이유로 꼽히는 중금리 대출에도 신경을 썼다. 대출 소비자 동의에 따라 주주사인 G마켓, 예스24(인터넷 서점) 등의 고객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예스24에서 재테크 혹은 특정 전문서적 등을 꾸준히 샀다면 신용평가를 좋게 해주는 식이다. 대출자가 택시기사라면 카카오택시의 운행이력·고객평가점수를 참고할 수도 있다. 윤 대표는 “다른 곳에서 4등급인 고객이 우리 판단에는 2∼3등급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픈한 케이뱅크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8만4239명이 신규 계좌를 만들었다. 연 2% 금리 코드K 정기예금에 200억원이 들어오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꾸준한 호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모바일 간편송금 등은 이미 시중은행에서도 하고 있다. P2P(개인 간) 대출 등 중금리 대출시장의 치열한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돼 증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원활한 대출업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윤 대표는 “법 개정이 지연돼도 대비책이 있다”며 “우리는 현행법상에서도 증자가 가능한 지분구조”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미국에선 1995년 후 등장한 27개사 중 12개만 남았다. 수익모델 발굴 실패가 원인이다. 일본에서도 2000년 도입 뒤 4∼5년이 지나서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은 서비스 한두 가지에 특화됐던 외국과 달리 전면적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 급변하는 핀테크시장 환경에 잘 따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국내 중금리 시장만 노려선 수익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나성원 조효석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이르면 6월 문여는 카카오뱅크… 인터넷銀 빅매치 예고
입력 2017-04-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