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서 6∼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스트롱맨(strong man)’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트럼프는 회담을 앞두고 연일 북핵과 무역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5일 “중국이 다소 수세적인 입장이지만 시 주석은 경제적 실리는 미국에 내주더라도 대외적인 명분을 챙기는 것만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여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올가을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라는 거대 행사를 앞두고 있다. 지도부가 대거 교체되고 시 주석은 집권 2기를 맞이한다. 어느 때보다 미 행정부와의 안정된 관계가 필요하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 국민들을 향해 미국과 당당히 맞서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 한다.
시 주석의 체면을 살릴 핵심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인정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당선인 때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중국이 ‘핵심 중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 트럼프가 이후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이 원칙을 인정하면서 갈등이 봉합됐지만 중국은 이번에 다시 한번 트럼프의 입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한다.
시 주석이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제안한 ‘신형 대국관계’를 트럼프가 받아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중국 외교 원칙이다.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으며(不衝突 不對抗), 서로 존중하고(相互尊重), 협력하여 윈-윈하자(合作共榮)’는 ‘14자 방침’으로 요약된다. 오바마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방중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4자 방침을 언급, 중국의 기대감을 키웠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투자라는 선물을 트럼프에게 안길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미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기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나라”로 비난한 바 있다.
이미 중국 상무부는 정상회담 기간 미 주정부와의 투자 협의를 확대하겠다며 투자 협의액을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추정했다.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도 발표될 전망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는 미국과 대화와 제재 병행을 강조하는 중국 입장이 맞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관영 환구시보는 5일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과 대화 통로를 만들고 북한에 돌아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거듭 대화를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와 시 주석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6일 오후 첫 회담을 가진 뒤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튿날 오전에는 확대정상회담을 하며 이후 실무 오찬 일정을 잡았다. 골프 대신 가벼운 산책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 실리 주더라도 명분은 챙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보는 美·中 정상회담
입력 2017-04-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