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보성전통종합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 1시30분쯤부터 손님들이 대거 밀려들었다. “이거 얼마에요” “한 움큼만 살 수 있을까요” “이렇게 싸요”라며 흥정하고 거래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성도 400여명은 이날 세월호 참사를 겪은 시민들을 위로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2번째 이곳을 방문했다.
고창반찬집 주인이 이 목사를 붙들어 세웠다. “목사님,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이번에도 사고 가셔야죠.” 이 목사는 흔쾌히 반찬 서너 가지를 골라 담고 2만원을 내밀었다.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이 목사가 김 가게에 들러 가격을 묻자 “3개에 2000원인데요, 목사님한테는 특별히 5000원에 5개를 드릴게요”라며 주인이 말했다. ‘목사님한테만 싸게 판다’는 뻔한 거짓말에 웃음바다가 됐다.
참기름 가게 주인은 A4용지를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이 목사는 ‘늘 행복하세요, 이영훈 목사’라고 적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같이 찍자는 상인도 있었다.
성도들도 야채 홍어 김 참기름 등을 샀다. 양손에 검은색 비닐봉지 서너 개를 든 이경자(51)씨는 “얼마 사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겁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싱싱한 야채를 듬뿍 담아 주더라”며 기뻐했다.
이날은 2014년 4월 시작된 안산희망나눔프로젝트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3년 전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찾았던 이 목사는 이곳 지역의 암울했던 분위기를 체감한 뒤 주민들을 구체적으로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재래시장 장보기 프로젝트였다. 이제까지 연인원 1만여명이 3억5000만원어치 장을 봤다. 이 목사는 세월호 인양 때까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날 방문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
이 목사는 “공식 일정으로는 약속한대로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하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종종 들려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어 “3년 전에는 상인들의 얼굴에 기쁨이 없고 절망적이었는데 지금은 활력을 되찾은 것 같다”며 “이제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는 상인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꿈과 희망의 도시 안산’이라고 쓴 대형타월이다. 이 목사는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자는 뜻으로 타월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보성전통종합시장 상인회장 김동길(48)씨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문이 마지막이라 상인들이 많이 아쉬워한다”며 “그동안 많이 의지가 됐다. 앞으로도 우리 시장과 안산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상인들도 답례품을 준비했다. 부추 참기름 파김치 김치 등 각 가게에서 자랑하는 물건들만 모아 노란색 보자기에 싸서 이 목사에게 안겼다. 기독교인의 사랑이 상인들의 정으로 바뀌어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안산=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인양 때까지 장보겠다” 3년의 약속 지켰다
입력 2017-04-0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