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中 정상회담 앞두고 압박용 ‘저강도 도발’

입력 2017-04-05 17:35 수정 2017-04-06 00:46

북한이 5일 동해상으로 준중거리 미사일(M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떠보기’ 또는 ‘압박전술’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네 번째로 실시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다양한 미사일의 운용방식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MRBM급 탄도미사일 발사로 미·중 양국에 존재감을 과시하되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2일 준중거리 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 시기 역시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때였다. 다른 시각도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번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북극성 2형인 ‘KN-15’ 계열로 분류했다. 북극성 2형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미사일로, ICBM 개발을 위한 중간단계 성격을 갖는다. 미국의 미사일 분류기준에 따르면 북극성 2형은 사거리가 1200∼2000㎞에 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타격이 가능하다. 지난 2월 발사된 북극성 2형은 최대고도 550㎞에 500㎞를 비행했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 비행거리는 60㎞에 불과했다. 최고고도는 189㎞였다. 미사일의 통상 사거리가 최고고도의 3∼4배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비행거리는 이례적으로 짧다. 우리 정부는 공식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미사일 발사 실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여러 상황을 봤을 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형 미사일 또는 기존 미사일의 정확도 확인, 새로운 운영방식 가능 여부 시험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발사장소가 해안가인 함경남도 신포라는 점, 발사대 역시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가 아닌 지상 고정 발사대라는 점은 신형 미사일 데이터 수집용이라는 관측의 근거다. 북한은 2월 북극성 2형 미사일을 평안북도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내륙을 가로지르는 시험발사는 기술력에 자신이 있을 때 가능하다”며 이번 미사일이 북극성 2형일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단거리 미사일 KN-02를 변칙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KN-02를 고각발사했을 수 있다”며 “사거리 100㎞의 KN-02를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하면 수도권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사일 전문가는 “우리 군이 미사일 종류를 파악하는 데 혼선을 주고 대응전략에도 차질을 주려고 변칙발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 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 태평양사령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미사일이 ‘일본해’에 떨어지기 전 9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주한미군 홈페이지에는 한반도 동쪽 수역에 낙하했다고 표기됐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