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 “대북지원 NGO들 협의체 구성… 보건의료 교류, 통일 도움 될 것”

입력 2017-04-06 00:05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보건의료를 통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DB

‘대북 보건의료지원을 위한 NGO 협의체와 세계통일보건의료연합을 구성하자. 탈북 의료인을 위한 수련의 제도를 개선하자.’

최근 기독교통일학회가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이 제안한 방안들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5일 박 원장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보건의료를 통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통일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결론부터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2000∼2007년 7차례 방북해 평양의대 병원에 혈액정화실을 설치하고 환자에게 혈액투석을 시행한 경험을 털어놨다.

“평양의대 교수였던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제가 남한에서 온 기독교인 의사임을 알리고 기도해드리겠다는 제안을 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나쁜 혈액을 뽑아내고 이를 깨끗이 씻어 넣어드리면서 속으로 환자의 회복을 빌고, 북한의 죄악을 주님의 보혈로 정결케 해달라고 기도했죠.”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더 이상 북한에 갈 수 없었고 투석용 소모품을 보내지도 못했다. 박 원장은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의 국적을 가진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북한에 들어가 다양한 사역을 이어갔다”며 “나진·선봉에서 군인민병원의 현대화작업을 했고, 평양의대 병원과 산원에서 선진기술을 전수하고 북한의료인들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기독의사들을 중심으로 통일보건의료학회를 창립해 남북 간 의료의 차이를 비교분석하는 연구 등을 이어갔다.

박 원장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지만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통일에 대비한 보건의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월드비전,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한민족복지재단 등 대북 보건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NGO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과거 동시에 여러 기관이 중복해서 북한에 구충제를 지원한 해프닝이 있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NGO 협의체가 구성되면 이런 부작용을 막고 보건의약단체 등과 함께 다양한 협력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또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와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칭)세계한인통일보건의료연합을 구성한다면 효율적으로 통일보건의학을 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 의료인들을 위한 수련의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원장은 “탈북민 의사들 가운데는 남한 의사들의 경계와 치열한 경쟁에 적응하지 못해 의료인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련의 과정에 별도 정원을 마련해 이들을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