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특허를 서로 공유하기로 함에 따라 특허 괴물의 소송 공격에 대한 걱정 없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때 껄끄러웠던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는 최근 들어 다시 긴밀해지는 분위기다.
구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스마트폰에 설치된 구글 애플리케이션과 관련한 특허를 크로스 라이선스하는 ‘팍스(PAX)’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크로스 라이선스는 서로 간에 특허를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구글이나 다른 제조사가 만든 앱이나 서비스 중 탐나는 게 있으면 자유롭게 가져다 자신의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단 하드웨어와 관련한 특허는 제외된다.
팍스에 참여하는 업체는 구글, 삼성전자, LG전자, HTC, 폭스콘, 쿨패드, HMD, 올뷰, BQ 등이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지난해 급부상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팍스에 참여하는 업체가 보유한 특허는 23만건에 달한다. 구글은 규모에 상관없이 어떤 업체라도 팍스에 참여토록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팍스는 라틴어로 평화를 의미한다”면서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분쟁이 없어지고 평화가 찾아오면 소비자에 이로운 건전한 경쟁과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2014년 삼성전자, LG전자와 나란히 10년짜리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바 있다. 특허 범위도 앞으로 개발할 기술까지 포함하는 등 더욱 광범위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구글이 각 업체와 일대일로 계약한 것이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허를 공유할 수 없었다. 팍스는 모든 업체가 특허를 공유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보다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로이드 혈맹이었던 구글과 삼성전자는 한때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 OS인 타이젠의 스마트폰 탑재를 검토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양사는 다시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이다.
갤럭시S8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 ‘빅스비’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동시에 탑재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AI 시장을 일단 키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S8 공개행사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이 구글과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구글과 특별한 협력 관계 덕분”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구글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했다”고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했다. 구글은 최근 앱 개발자에게 갤럭시S8(18.5대 9)과 G6(18대 9)의 화면 비율에 맞춰 앱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특허 평화 시대… 구글·삼성·LG ‘공유’ 선언
입력 2017-04-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