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생명과 안전 지키는 일에 빈틈 없어야

입력 2017-04-05 17:21
세월호 참사 직후 대한민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가개조 수준의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과 반성도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조직이 바로 국민안전처다. 2014년 11월 19일 ‘재난에는 국가가 있다’는 구호 속에 새로운 정부 조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의 간판이 내려진 대신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로 각각 흡수됐고 안전행정부의 안전 관리와 소방방재청의 방재 기능을 더해 거대 조직이 꾸려졌다. 장관급 수장에 차관급 본부장 3명 등 직원만 1만3000여명에 달했다. 연간 예산도 3조원이 넘었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 후 기존의 22개 관련조직을 통합해 국토안전부를 창설했듯이 안전처 역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만들어져 국민적 기대감은 컸다.

10일 후면 어느덧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다. 출범 2년4개월여가 지난 지금 안전처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안전처’가 아니라 ‘국민불안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안전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재난 예방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고 어이없는 안전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 담양 펜션 화재사고, 경주 리조트 건물 붕괴사고 등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었지만 안전처의 존재감은 미미했고 컨트롤타워로써 믿음도 주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경주 강진이었다. 문자 지각 발송과 홈페이지 먹통 등 안전처의 미숙한 대응 반복은 국민의 불신과 혼란만 키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5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주 지진 이후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해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10∼30분 지연 발송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 예방을 위한 지진가속도계측기 통합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안전처의 재난 대응 미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처가 거대한 조직임에도 재난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안전 네트워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군인 출신 장차관에 실국장 대부분이 행정 관리 출신이다 보니 재난 관리 전문가라고 꼽을 만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안전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국민의 안전을 소중히 여기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강한 사명감으로 명실상부한 안전 컨트롤타워 부처로 거듭나야 한다. 안전관리를 위한 실효적인 정책을 개발해 국민과 함께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