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밀워키 벅스의 경기. ‘괴인’ 러셀 웨스트브룩(29·오클라호마시티)은 3쿼터 9분20여초를 남겨두고 이날 10번째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후 하프코트를 넘어선 뒤 골밑에 있던 팀 동료 타지 깁슨에게 10번째 어시스트까지 연결했다. 올 시즌 41번째 트리플더블(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가로채기·블록슛 중 3가지 부문에서 두 자리수 기록) 달성과 함께 NB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코트 안팎의 선수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관중들은 웨스트브룩의 이름과 ‘MVP’를 번갈아가며 외쳤다.
불멸의 기록에 이름 올리다
흔히 NBA에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농구관계자들은 2개를 꼽는다. 하나가 월트 체임벌린이 1961-62시즌에 세운 한 경기 100득점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같은 시즌 오스카 로버트슨이 세웠던 41회 트리플더블이다. 트리플더블은 공격뿐 아니라 동료들에 대한 도움과 수비까지 잘해야하는 만능의 영역이어서 한 시즌에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불멸의 기록에 21세기의 웨스트브룩이 동참했다. 웨스트브룩은 이날 12점 13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55년 만에 로버트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NBA는 팀당 정규리그 82경기를 치른다. 웨스트브룩은 올 시즌 2경기당 1번꼴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셈이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로버트슨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기록 달성을 위한 밤이었다”며 웨스트브룩을 축하했다. 적장인 밀워키 제이슨 키드 감독도 “웨스트브룩이 역사를 썼다. 그 말고 누가 로버트슨을 넘을 수 있겠나”라며 경의를 표했다.
웨스트브룩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상상조차 못했던 순간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이 특별한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듀란트 빠지자 괴수본능 마음껏 펼쳐
2008년 NBA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데뷔한 웨스트브룩은 키가 190㎝로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뛰어난 운동신경과 탄탄한 몸을 활용한 저돌적인 돌파와 속공을 주무기로 득점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3월 2일 17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웨스트브룩은 프로 데뷔 후 9시즌 동안 총 78차례 트리플더블을 써냈다. 이로써 웨스트브룩은 NBA 역대 개인통산 트리플더블 순위에서 윌트 체임벌린과 함께 공동 4위로 올라섰다. 1위는 오스카 로버트슨(181회), 2위와 3위는 매직 존슨(138회)과 제이슨 키드(107회)다.
웨스트브룩은 지난 시즌까지 득점력 좋은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한솥밥을 먹으며 2인자 역할을 했다. 듀란트가 이적한 뒤 팀 내 1인자로 올라서며 소년가장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자제해왔던 공격본능을 맘껏 펼쳤다. 웨스트브룩은 올 시즌에만 지난시즌까지의 통산 트리플더블 횟수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웨스트브룩은 무리한 공격과 잦은 실책 등으로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원맨쇼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승리로 직결된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웨트스브룩이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경기에서 32승 9패를 거뒀다.
웨스트브룩의 끝나지 않은 기록사냥
웨스트브룩은 NBA 사상 두 번째로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에 도전한다. 로버트슨은 61-62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30.8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웨스트브룩은 5일 현재 31.6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써냈다. 남은 5경기에서 16어시스트만 올리면 대기록이 달성된다.
연속 경기 트리플더블 행진도 주목된다. 웨스트브룩은 현재 7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NBA 사상 최초로 한 시즌 두 차례 7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가 됐다. 7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은 로버트슨, 마이클 조던과 함께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체임벌린(67-68시즌·9경기)이 보유하고 있다. 트리플더블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웨스트브룩이 새로 쓸 기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NBA] 마이클 조던를 넘어라… 미러클! 웨스트브룩
입력 2017-04-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