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종인의 대선 출사표 되새겨볼 만하다

입력 2017-04-05 17:21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5일 선언했다. 지난달 8일 민주당을 탈당한 그는 현재 무소속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분당으로 패배 위기에 처한 민주당에 들어가 4·13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그가 킹메이커가 아닌 킹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만큼 대선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분석은 다르다. 정세 판단력이 탁월한 김 전 대표라 할지라도 정당 기반이 없고 지지율도 낮다는 점에서 완주를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당에서는 입당해 안철수 후보를 도와 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결국 김 전 대표가 제3지대 연대 등을 통해 본인의 당선보다는 정권창출 쪽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작지 않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가 내놓은 출마 이유는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 전 대표는 “지금 우리 여건에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대통령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위기돌파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 여섯 명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실패를 거듭했다. 친인척이 구속되거나 자신이 구속됐다”면서 “적폐 중의 적폐, 제1의 적폐인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제 정말 끝내야 한다”고 개헌을 주창했다.

김 전 대표의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처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여소야대 국회여서 야당의 도움 없이는 국정을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구조다. 경제와 안보·외교 난제를 풀어나가려면 여야 정치권이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 한 사람과 그를 따르는 특정 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당선과는 별개로 김 전 대표의 호소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와 정당들은 승자가 모두 독식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연대와 협치의 방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