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왜 보이스피싱 표적되나

입력 2017-04-05 21:32 수정 2017-04-06 05:00
20, 30대 여성을 노린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 방법을 쓰는데도 지난해 피해건수가 2100건을 넘었다. 사무직 여성에게 접근해 전문용어를 쓰면서 압박하거나 금감원 건물 인근에서 돈을 받는 등 수법도 대담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 30대 여성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5일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금감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2922건 발생했다. 피해자 가운데 74%(2152건)는 20, 30대 여성이었다. 이들의 피해액은 전체 피해액 247억원 중에 71%(175억4100만원)나 됐다. 같은 연령대 남성은 피해건수가 233건, 피해액은 19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수법은 단순하다.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전화를 걸어 계좌가 명의 도용됐거나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인 뒤 “국가에서 안전하게 돈을 보관해주겠다”며 계좌이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한다. 통화를 마친 후에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는 전달책을 만나 현금을 건네주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사기범들은 20, 30대 여성의 ‘약한 부분’을 교묘하게 공략한다. 범죄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 적어 의심을 적게 한다는 점, ‘범죄 연루’ ‘구속영장 청구’ 등을 언급하며 고압적 분위기를 연출하면 크게 당황한다는 점을 노린다. 금감원은 SNS 등을 활용해 범행 수법과 사기범 목소리를 공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오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끊은 뒤 각 기관의 대표번호(대검찰청 02-3480-2000, 경찰 112, 금감원 1332)로 전화해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