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롯데와 KIA가 선수 한 명의 가세로 탄탄한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바로 이대호와 최형우다.
롯데는 올 시즌 전력 보강이 거의 없었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과 20홈런 3할 타자 황재균이 미국으로 떠났다. 이대호가 복귀했지만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팀 플레이 성격이 강한 야구에서 한 명이 가세한다고 해서 전력이 단숨에 강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완전히 달라졌다. 개막 3연전에서 지난해 1승15패로 절대 열세였던 NC에 2승1패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4일 사직 개막전에서도 이대호는 넥센을 맞아 1회 첫 타석부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덕분에 5대 2로 승리하며 3연승을 질주했다. 이대호는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타율 0.500,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는 등 명불허전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대호의 복귀로 롯데는 두 가지 소득을 올렸다. 하나는 팀의 구심점이다. 실제 ‘천적’이었던 NC를 상대하기 전 이대호는 동료들에게 “선발 라인업을 보라. 우리가 더 강하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 하나는 타선의 시너지 효과다. 투수 견제가 분산되면서 손아섭과 최준석은 더 편하게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최준석은 4일 넥센전에서 1회 이대호와 함께 백투백 홈런을 터트렸다.
KIA도 마찬가지다. 자유계약선수(FA) 사상 처음 100억원에 데려온 최형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IA는 지난해 팀 타율이 0.286으로 9위에 그쳤다. 하지만 최형우를 4번에 고정시키고 난 후 김기태 감독은 타선 걱정을 덜고 있다. 김주찬과 최형우, 나지완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에 이범호까지 뒤를 받쳐 상대투수들은 최형우만 견제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5번 나지완은 최형우 영입의 최대 수혜자다. 나지완은 개막전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4경기에서 타율 0.545(11타수 5안타) 2홈런 7타점이라는 매서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나지완은 “앞에서 살아 나가주니까 내게 계속 기회가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롯데·KIA, 벌써 ‘이대호·최형우 효과’?
입력 2017-04-05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