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당시부터 변화를 통한 건강한 교회를 지향해 교계 관심을 끌었던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교회(오세준 목사)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9일 기념예배를 드린다.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지난 10년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새누리교회는 10년 전 200여명의 평신도들이 모여 새로운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지침을 만들고 목회자 초빙광고를 냈었다. 이 때 오세준(58) 목사가 담임목사로 초빙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창립 당시 모토로 내건 큰 틀은 3가지였다. 다른 교회들이 목회자의 강한 리더십과 당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성도들이 참여해 교회의 모든 의사를 결정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교회재정은 운영위원회가 관장해 결산내용을 공개하고, 담임목사는 목회와 양육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두 번째는 주일 오후예배를 소그룹 모임예배로 전환, 식탁교제를 통해 은혜를 나누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업과 나이, 직분 등을 고려한 교회 내 10여개의 소그룹이 각기 특징을 갖고 교회 구성원으로 결속을 다졌다. 한 주간 각자의 삶을 나누며 이를 주일설교와 연결하고, 토론을 통해 코이노니아가 이뤄지도록 했다.
세 번째는 철저한 직분 임기제를 실시해 신임을 묻고 그 역할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담임목사와 장로는 6년, 권사는 3년 후 신임투표를 실시하는데 직분자들의 책임의식과 사명감 고취에 도움이 되고 있다. 또 교회 성도가 300명 이상이 되면 교회를 분립해 나누는 것을 교칙으로 명문화 했다.
새누리교회 창립멤버인 이상운(81) 장로는 “사실 초기에는 새로운 시도로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었다. 내부 갈등도 있었지만 5년이 지나면서 교회가 그 틀에 익숙해지고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일반교회들은 직분자 20% 정도만이 교회행정에 관심을 갖는데 새누리교회는 80%가 교회행사나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그만큼 건강한 목회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교회는 아직 임대 교회임에도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도 정평이 나 있다. 오 목사와 성도들은 지역사회 속으로 자연스레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먼저 대림3동 동네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커피와 과일을 들고 가서 인사만 드리고 오는 게 전부였다.
‘예수 믿으세요’ ‘교회 나오세요’ 이런 말은 일체 하지 않았고 그저 한 분 한 분 손을 잡아드리며 문안인사를 드렸다. 이에 어르신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이제 한 주라도 얼굴을 보지 못하면 서운해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다. 교회 성도들은 조를 짜 매주 수요일마다 대림 3동 4곳의 경로당을 모두 방문, 어르신들을 뵙고 있다.
동심경로당 김철응(80) 회장은 “처음엔 다른 곳처럼 몇 번 오다 말겠지 했는데 해를 거듭하고 5년째가 되니 이제 가족처럼 반가운 사이가 됐다”며 “우리가 먼저 기도도 해달라 하고 일부는 교회도 나간다”고 전했다.
지역 다문화가정 아동들도 돕는다. 대림3동만 해도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다. 이들을 돕는 방법을 생각하다 피아노교실을 열어 어린이 대상 무료강습을 시작했다. 레슨비를 받지 않는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될 때 마다 여간 기뻐하지 않는다. 피아노교실은 레슨 외에도 언제든지 아이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늘 열어둔다. 장학금도 수여하고, 분기마다 교사와 함께 야외 현장학습도 다녀온다.
새누리교회에는 새벽기도회가 없는 대신 ‘가정기도회’가 있다. 매일 저녁 온 가족이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소통하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경 본문과 해석, 적용, 기도제목을 담은 교재를 일주일 단위로 만들어 주고 있다.
창립 때부터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온 새누리교회는 평신도 중심의 운영위원회가 교회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 역할을 한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회를 양적으로 키우는데 올인하기 보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복음으로 건강하게 세워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지만 외부 인사를 초청하거나 거창하게 뭔가를 보여주는데 치중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것보다는 내부적으로 기쁨을 나누고 내실을 다지는데 의미를 두겠다는 의미다. 한국교회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10년을 지나온 새누리교회. 앞으로의 사역과 목회를 한국교회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오세준 담임목사 “초대교회적 신앙관 10년 함께한 성도들 고마워”
“10주년 감회가 새롭습니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 세속화되는 한국교회를 안타까워하던 성도들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세워주시고 지금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새누리교회 오세준 담임목사는 “목회는 성도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때 힘이 붙는다고 본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초대교회적 신앙관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교회가 되자며 10년을 달려왔는데 함께해준 성도님들께 고마움이 앞선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목회사역 30년을 맞는 오 목사는 군목 출신으로 11년간 군 사역을 하다 소령으로 제대했다. 김포에서 교회를 개척, 성전까지 지은 다음 2007년 새누리교회에 부임했다.
“주님이 새누리 공동체를 긍휼히 여기셔서 복음적 건강한 교회에 대해 눈을 뜨게 하셨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개혁적이며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는 교회들과 여러 행사를 열어 10주년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오 목사는 “올해는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구명(救命)과 양성(養成)으로 미래를 예비하는 공동체‘라는 표어를 정하고 생명 살리는 일과 사람 키우는 일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교회의 변화는 아직 작은 날갯짓에 불과하지만 의미하는 바는 크다”며 “땅에 떨어진 교회의 이미지를 추스르고 성도 개개인이 믿음이 자라 바른 기독교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에 호감을 주는 건강한 중소형 교회가 이 땅에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교회에서 권위주의 교권주의가 사라지고 소통과 사랑이 넘쳤으면 합니다.”
오 목사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내부 조율을 통해 만든 ‘새누리교회 가이드북(운영지침)’을 여러 교회서 보내달라고 한다”며 “앞으로도 ‘교회와 이웃을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를 세우며 복음으로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선언문을 꾸준히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창립 10주년 맞은 새누리교회,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 제시
입력 2017-04-06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