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최영진] 차기 대통령 고르는 방법

입력 2017-04-05 17:36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정당 후보들이 선출됨으로써 본격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34일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이지만 대선 후보들의 면면이 그리 낯설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선택을 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어떤 선거경쟁이 이루어지느냐에 달려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리인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핵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하나는 그 대리인이 담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선택하는 일이다. 이는 보일러 수리공을 고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잘 고칠 수 있는 실력 있는 수리공을 선택하면 된다.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우선,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이상적인 것은 유권자들이 지금 어떤 자질의 인물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으면 되지만, 잘 모른다고 해도 답답해 할 필요는 없다. 보일러가 고장 나면 수리공을 불러서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보면 되듯, 대통령의 과업에 대해서도 후보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대한민국의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판단하면 되는 일이다.

두 번째 중요한 기준은 실제 일을 되게 만드는 실행능력이다. 아무리 정확한 문제의식과 훌륭한 정책대안을 갖고 있어도, 반대를 본업으로 하는 야당을 설득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구태에 안주하려는 공무원들을 독려하며 끌고 가는 일 또한 만만찮다. 민주화 이후 6번의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성공적인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것도 그들이 개인적으로 무능해서만은 결코 아니다. 통치자에게는 착한 심성이나 좋은 정책을 넘어서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수리공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전에 작업했던 집에 물어보면 되듯이 후보들의 정치이력을 잘 살펴보면 실행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치경력이 그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없던 재능이 생기지는 않는다.

선거운동 역시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단과 처방이 정책공약으로 구체화된다면 결국 선거경쟁은 공약의 타당성과 실천능력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라면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 역시 필요한 일이다. 후보 간의 날카로운 비판과 대응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선택에 필요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후보 개인이나 가족의 비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일이다. 후보의 공약과 능력검증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사실여부조차 가리기 어려운 일을 두고 논란을 벌인다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다. 개인 비리나 불법이 있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 확인을 거쳐 법에 따라 판단하도록 놔두면 된다. 후보들이 나서서 일일이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다.

TV 토론도 마찬가지다. 선거경쟁의 본질인 진단과 처방의 타당성, 그리고 실천능력을 확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후보에게 질문하고 확인해야 한다. 선거과정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나 하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에 유용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제공하였느냐에 달려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