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핵심사건인 십자가 사건을 음미하는 묵상집이다. 세계적인 여성신학자인 저자는 신학적·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섬세한 필치로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의 의미를 살핀다.
저자는 수난과 구원의 드라마적 성격을 부각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주일을 초대 선물 배신 사랑 두려움 모욕 용서 희생 죽음 부활이란 10개의 장으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향유를 붓는 여인, 배신자 유다, 사도들, 그리스도를 뒤따르던 여성들, 베드로 등을 각장의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이들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수난과 부활이란 거대하고 신비한 드라마 속에서 중요한 배역을 담당한다.
저자는 사랑과 배신이 불가분하게 얽혀있다는 ‘지독한 역설’을 이야기한다. 하나님께서는 유다의 배신을 당신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계획의 일부로 삼으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유다가 베드로와 달리 주님께서 베푸시는 흘러넘치는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었다.
“유다의 진정한 비극은 베드로와 달리 저 가능성을 믿지 못했다는 것, 절망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는 주님께서 베푸시는 흘러넘치는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유다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도 하나님께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39쪽)
저자는 수난이라는 드라마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 드라마는 우리가 아는 모든 정의를 넘어서고 전복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신비한 드라마에 우리 삶의 이야기를 동여맬 때 수난 이야기는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책은 십자가 사건이 지닌 의미를 충분히 묵상할 수 있도록 본문과 맞물려 울림을 주는 삽화, 그리고 새라 코클리의 신학세계 특징과 그 신학세계에서 이 저작이 갖는 의미를 보여주는 해설을 수록해 ‘십자가’를 통한 신앙 여정을 좀 더 풍요롭게 일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용서의 기회조차 놓쳐버린 유다
입력 2017-04-06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