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3일(현지시간) 오후 발생한 폭발 사건은 급진 이슬람주의를 신봉하는 20대 키르기스스탄 출신 러시아 국적 남성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키르기스스탄계 러시아 남성 아크바리욘 드자릴로프(22·사진)가 센나야 플로샤디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 구간을 운행하던 지하철 객실에 폭발물이 든 가방을 들고 탄 뒤 자폭 테러를 벌인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사망자 수는 하루 만에 14명으로 불어났다. 현장에서 11명이 숨진 뒤 구급차에서 1명, 응급실에서 2명이 더 사망했다. 부상자 49명 중 10여명은 위독하다.
테러범은 작은 소화기 안에 살상용 철제와 유리 파편을 채운 사제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폭약의 양 자체는 목함지뢰 1개 분량인 TNT 200∼300g으로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유리 파편과 쇳조각, 가방 안에 함께 들어 있던 쇠구슬 등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테러 발생 2시간 후에는 플로샤드 보스타니야역에서 추가로 1㎏의 폭발물이 발견됐다. 당국은 중앙아시아 출신 2명을 추가로 붙잡아 테러 연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나 체첸 민족주의자 집단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엔 무슬림 인구가 많고 산과 사막 등 테러리스트를 훈련시킬 환경이 마련돼 있는 데다 최근 이 지역에서 IS에 가담한 사람이 400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테러 전문가 폴 크뤽생크는 CNN방송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후 무슬림 민간인들의 사상자가 늘면서 세계 지하디스트의 최우선적 타깃이 됐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3일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과 전화 통화를 하고 “테러리즘은 함께 맞서 싸울 필요가 있는 악마”라고 비난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러 지하철 테러 용의자는 중앙亞 출신 급진 무슬림”
입력 2017-04-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