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현지시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은 일촉즉발의 ‘프로토콜(protocol·의전)’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자신만만한 ‘트위터 사령관(tweeter-in-chief)’과 진중하고 이해타산적인 공산당 엘리트,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정상은 북한과 무역, 남중국해 등 핵심 의제 못지않게 악수와 선물, 만찬, 숙소 등 ‘모양새’에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4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관리를 인용해 “정상회담의 최우선 목표는 시 주석의 체면을 지키는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가 시 주석을 공개적으로 망신주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서 주요 2개국(G2)의 위상에 걸맞은 ‘동등한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할 시진핑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대국으로서의 위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미국 방문에 앞서 4∼6일 핀란드 국빈방문에 나선 것도 체면이 우선된 행보로 읽힌다. 핀란드에서 먼저 보험 성격의 순방 성과를 챙겨 빈손으로 되돌아오는 수모를 피하는 한편 오직 트럼프를 마주하기 위해 장도에 올랐다는 인상을 지우려 한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트럼프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을 갖기 위해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물심양면으로 공을 들였다. 시진핑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동급의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2박3일간 숙식했다. 트럼프와 골프 27라운딩을 즐기며 ‘하이파이브’하는 인상적인 장면도 남겼다. 시진핑이 방미 기간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트럼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돈독한 모습을 연출할지도 관심거리다. 그간 시진핑은 2013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8시간에 걸쳐 스킨십을 쌓은 사실을 전례 없는 성과로 내세웠다.
트럼프가 어떤 자세와 제스처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앞서 아베의 손을 19초 동안 잡고 흔들어 대는가 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 요청은 거절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그가 취재진 앞에서 전략적으로 ‘시진핑 길들이기’를 시도할지, 아니면 예상을 깨고 파격적인 환대 제스처를 취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중국 등 일부 국가 지도자가 방문하면 회담장에서 햄버거를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일단 만찬장에는 초대됐다. 식탁에 오를 메뉴는 아직 모른다. 시진핑은 4년 전 오바마와의 만찬에서는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주로 건배를 제의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떤 선물이 오갈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베가 트럼프에게 선물한 고가 골프채처럼 시진핑이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을 ‘사적인 선물’을 안긴다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세기의 담판이 쉽게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우스개만은 아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트럼프-시진핑, 북핵보다 치열한 ‘프로토콜’ 신경전
입력 2017-04-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