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속 나이 든 이미지는 잊어라

입력 2017-04-06 00:02
두 사람이 지난 4일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프레인글로벌 제공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주인공 박은태(왼쪽)와 옥주현. 프레인글로벌 제공
왼쪽부터 책 표지(1992) 영화 포스터(1995) 브로드웨이 뮤지컬(2014)·한국 뮤지컬(2017)포스터.
일상에 찌든 중년의 삶에 찾아온 운명 같은 사랑. 남자와 여자는 나흘간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남자는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여자는 남편과 아이들의 곁에 남는다. 두 사람은 평생을 그리워하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다.

중년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로버트 제임스 왈러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92년 출판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무려 5000만부가 팔렸다. 1995년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다.

이번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오는 1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스타 옥주현(37)과 박은태(36)가 각각 프란체스카와 사진작가 로버트로 출연한다.

이 작품은 201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라이선스 버전이다. 대본과 음악 판권을 구입해 연출가 김태형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 등 한국 제작진이 새로 만들었다.

지난 4일 제작사 프레인글로벌은 연습실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배우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 노래는 가슴 시린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고도 남았다. 본 공연에서 14인조 오케스트라 반주로 들으면 매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작곡가 겸 작사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이 작품으로 2014년 토니상 작곡상 등을 받았다.

다만 뛰어난 가창력에도 옥주현과 박은태에게 주인공의 감정을 이입시키기는 어려웠다. 노래 위주의 연습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이미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간격이 큰 탓이다.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부터 두 배우가 너무 젊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옥주현은 “자연스러운 엄마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어머니의 모습을 참고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소설 속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각각 40대와 50대다. 그런데 영화에 60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면서 한층 나이든 모습이 됐다. 국내 연극에도 윤소정-이호재, 손숙-한명구 등 50∼60대 배우들이 연기해 나이든 이미지가 각인됐다.

사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도 두 주인공이 원작 소설보다 젊게 나온다. 연극 ‘잘 자요, 엄마’와 뮤지컬 ‘비밀의 정원’ 등으로 유명한 작가 마샤 노먼은 원작 소설을 각색하면서 주인공의 나이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소설이 로버트 시점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조용하게 전개되는 것과 달리 뮤지컬은 프란체스카 시점으로 전개된다. 로버트의 전처, 프란체스카의 이웃들이 나와 좀더 풍성하다.

김태형 연출가는 “작품 속 나이도 중요하지만 극중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노래로 전달하기에 옥주현과 박은태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영화가 클로즈업으로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을 전달한다면 뮤지컬은 무대만의 문법으로 표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김지운 영화감독의 뮤직 비디오, 화보 같은 포스터, 편지 형식의 리플렛 등으로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작품의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6월 18일까지.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