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회사 방침을 따르지 않았던 택배 기사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들을 해고하기 위해 대리점을 위장 폐업하고,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감시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참여연대는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업계에서 소문으로 돌던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밝히고 관련 통화 녹취록과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 김명환(44)씨는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대리점 소장은 “(지점 주재원이) 내용은 이야기 안 하는데 (김명환씨가) 취업불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사번이 안 나온대”라고 말했다. 김씨는 CJ대한통운 사원 관리 시스템에 아예 등록할 수 없도록 설정돼 있다는 의미다. 김씨가 “CJ에서는 (저는) 일을 못하는 거네요?”라고 묻자, 소장은 “그렇지. 본사에서 풀어줘야만 일을 할 수가 있어. 안 풀어주면 못해”라고 답했다.
김씨는 지난해 CJ대한통운 용산지점 동부이촌대리점에서 일하며 대리점의 다른 택배기사들과 함께 낮 12시 전에 택배 분류 작업을 끝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택배 분류가 오후에 끝나면 배송 작업이 밤늦게까지 이어진다는 이유였다. 대리점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고, 김씨 등 소속 택배 기사 7명 전원은 일자리를 잃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서울 지역 대리점 소장이 제보했다는 문자 메시지에는 “김명환 김○○ 박○○ 박○○ 위 네 명에 대해서 혹시나 각 집배점으로 취업요청이 오면 정중히 거절하시기 바랍니다. 집배점을 교란하는 나쁜 인간들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문자 메시지에 등장한 4명은 모두 동부이촌점에서 분류작업 오전 마감 운동을 벌인 택배 기사들이다. 도재형 이화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40조 취업방해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블랙리스트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대리점 사장들끼리 보낸 문자 메시지로 회사 측에서 보낸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윤성민 구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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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있다”
입력 2017-04-04 18:43 수정 2017-04-04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