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갇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나흘째인 4일 검찰의 첫 방문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 옥중(獄中) 조사는 5공 비리로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1년 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했다.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가 신문을 맡았다. 그는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을 11시간 동안 조사하고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 주임검사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구치소 내 임시 조사실에서 진행됐다. 영상녹화는 이번에도 없었다. 등장인물은 지난 21일 1차 조사 때와 같았다. 한 부장검사와 보조검사가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 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가 자리했다. 변호인단 교체설이 흘러나왔지만 유 변호사는 이날도 박 전 대통령 옆을 지켰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조사 때와 달리 수인번호 503번이 달린 연두색 수의를 입었다.
조사는 공모 관계로 구성된 13개 범죄 혐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구체적 역할을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 최순실(61·구속 기소)씨에게 어떤 부탁을 받았으며,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이었다.
1시간50분가량 진행된 오전 조사가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독방으로 돌아가 구치소 식단에 따라 점심을 먹었다. 소고기미역국과 콩조림 등 간단한 반찬이었다. 1시간20분 후 재개된 오후 조사에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에 대한 보강 조사가 주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전과 같이 혐의 모두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공범 대부분이 같은 구치소에 있지만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는 오후 6시쯤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일괄 취침시간(오후 9시) 직전인 오후 8시40분까지 꼼꼼히 조서를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6일 박 전 대통령을 다시 찾아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도 6일 오전 10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10여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그는 가족기업 ㈜정강의 자금 횡령 등 개인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팀의 조사를 받을 당시 ‘황제 소환’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질문하는 기자를 노려보고, 검사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공분을 샀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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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前 대통령 옥중 조사… 박근혜 "억울하다" 항변
입력 2017-04-04 17:53 수정 2017-04-05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