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구도 전망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서 달라진 5가지 이유

입력 2017-04-04 18:3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4일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뉴시스

19대 대선이 결국 다자 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는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구도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보수 진영이 급격히 위축된 탓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는 정치적 연대가 탄생할 것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력을 재정비한 보수 진영이 권토중래를 노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금은 보수진영, 국민의당, 진보세력도 연대를 논의할 만한 이유가 사라졌다는 관측이 많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보수 재편의 주역을 자처하며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바른정당을 흡수해 무너진 보수진영을 세우길 원하고 있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친박(친박근혜) 세력 청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이 눈앞의 대선을 위해 국민의당과 ‘마이너스 연대’를 하기보다는 보수 적통 경쟁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진영이 세력 재편을 꾀하는 데는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주요 이유로 보인다. 만약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한다면 보수진영은 상당 기간 어두운 터널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외교안보 및 경제 현안이 녹록지 않다. 보수진영이 대선에 실패하더라도 내년 선거를 기점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때문에 대선에서 무리한 보수 단일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내년 지방선거 즈음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대론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3지대 빅텐트론도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예상보다 빨리 낙마했고,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대선 영향력이 크지 않다. 빅텐트론은 구여권과 야권 사이를 오가다 혼선을 빚었고, 출마를 구체화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평가다.

연대론의 핵심 축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오래전부터 “정치공학적 연대 논의를 불살랐다”고 말해왔다. 안 전 대표는 한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26.74(국민의당 득표율)”라는 말을 반복할 정도였다. 어렵게 구축한 독자노선을 버리고 보수진영과 손잡는 것은 불가능하고, 실제로 득표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게 안 전 대표 입장이다.

과거 툭하면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요구받았던 정의당도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활약, ‘정책 우향우’ 영향으로 중도·보수 진영 쪽으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진보진영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는 분석이 많다. 정의당 관계자는 4일 “과거에는 정의당 후보가 완주하면 정권 교체에 방해가 된다는 여론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수구세력이 퇴출됐다. 진짜 진보세력의 정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