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될 건데?”
“검사!”
그때 엄마의 눈이 반짝 빛났다고, 소설가 신경숙이 ‘엄마를 부탁해’에 쓰고 있다. 기자는 지난 3일 오후 대검찰청 별관 매점에서 신경숙이 부탁했던 엄마를 볼 수 있었다. 검찰청에 온 그 엄마는 올곧은 대나무가 그려진 검찰 기념품인 우산을 3개 샀다가, 뭔가 생각하더니 1개를 더 주문했다. 집히는 대로 과자며 음료수도 계산대에 올렸다. 법복을 고이 접어 팔에 걸친 청년이 그 뒤에 섰다.
갓 임관한 검사로구나,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몸에 훌륭함이 묻은 신임 검사가 어른들 말마다 허리 숙여 귀를 기울였다. 두드리는 대로 어깨를 내어주고, 누군가가 주는 명함을 공손히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어른들의 기분에 맞장구를 치면서, 많은 주문으로 계산대 줄이 늘어지는 걸 신경 썼다. 매점 의자에 앉아 그를 보는 어른들의 얼굴이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소설처럼, 백일도 안 돼 ‘엄마’를 말하고 학교 가자마자 책을 읽고 일등을 했을 이였다.
과천 법무부에서 임관식을 한 검사가 왜 서초동 대검에 들러 기념품을 사는지 물으려다 관뒀다. 검찰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정겨운 광경을 기자가 비집을 틈이 없었다. 아마 대검에서 공익법무관으로 일했나보다 짐작하고 말았다. 검사들 자리가 다 영예롭지만 그중 대검임을 생각하면, 사법연수원 43기의 첫발을 축하할 자리로 적당해 보이기도 했다.
검찰 기념품이 잘 팔리는 동안 대검 본관에서는 구속한 전직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회의가 한창이었다. 의정부지검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도주했다는 소식이 보고된 이후였고, 또 다른 부서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위시한 검찰 개혁 연구가 한창이었다. 비로소 동일체의 일원이 된 청년이 기뻐하던 그날, 대검에서 표정이 마냥 밝은 이는 드물었다. 신임 검사들이 새 법복을 입을 때, 정치권은 임명권자를 구속한 검찰총장의 진퇴를 논했다.
법조 출입을 하며 지켜보니 검사들의 자부심은 고된 노동과 비례했다. 이름 모를 신임 검사가 환하게 웃을 날은 앞으로의 검사 인생에서 그리 많지 못할 테다. 시민들의 두려움에 대신 맞서고,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안타까워하며, 홀로일 때에도 몸가짐을 바로 할 시간들이 그를 기다릴 것이다. 책 읽는 소리를 듣고 눈가가 밝아졌을 엄마가 신임 검사의 등을 두드렸다. 그에게 검사가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가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고 소외된 이들을 돌볼 검사가 되었으면 한다.
이경원 사회부 기자 neosarim@kmib.co.kr
[현장기자-이경원] 어느 신임검사 임관 축하의 날… 뼈깎는 개혁 직면한 檢
입력 2017-04-04 17:38 수정 2017-04-04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