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美 부통령이 따른 ‘빌리 그레이엄 룰’ 뭐길래…

입력 2017-04-05 00:05
1948년 ‘머데스토 선언’을 통해 크리스천의 윤리기준을 천명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 오른쪽은 지난달 2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대외관계위원회 콘퍼런스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부인 캐런. AP뉴시스, BGEA 제공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단 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과거 발언으로 최근 논란이 됐다. 건강한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한 삶의 규칙인 이 말이 원래 ‘빌리 그레이엄 룰(Billy Graham Rule)’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빌리 그레이엄 룰이란 그레이엄 목사와 그의 전도팀이 정한 일종의 도덕률이다. 원래 명칭은 ‘머데스토 선언(Modesto Manifesto)’이다. 그레이엄 목사가 전도운동을 본격화하던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머데스토 집회에서 사역 운영에 있어 지켜야할 4가지를 천명한 것이다. 돈 섹스 권력 거짓의 유혹을 떨치고 정직(integrity)을 추구하자는 결단으로, 정직하고 투명한 삶을 추구하려는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 널리 공유돼 왔다.

그레이엄 목사와 전도팀이 머데스토 선언을 하게 된 배경엔 일부 순회 전도자들의 비윤리적 행태가 있었다. 헌금을 값비싼 자동차 구입에 사용하거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과 스캔들이 터지거나 하면서 순회 전도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됐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4일 보도에서 “당시 그레이엄 목사는 젊고 잘 생겼으며 카리스마가 넘쳤다. 수많은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유혹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언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머데스토 선언의 첫째 내용은 ‘재정적 투명도를 확보하라’였다. 대부분 전도자들은 집회에서 나온 헌금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일부는 더 많은 헌금을 유도하기 위해 감정적 호소를 곁들여 청중들에게 돈을 짜냈다. 재정에 대한 책무 개념도 없어 남용 소지까지 있었다. 당시 그레이엄 목사는 YFC(십대선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았다. 이후 시(市) 단위로 전도 집회가 시작되자 별도의 재정이 필요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머데스토 선언 이후 집회 준비위원회에서 사전에 모아둔 자금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토록 했다.

둘째는 ‘성적 부도덕은 어떤 모양이든 피하라’였다. 당시 전도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전도 집회를 다녔다. 이는 성적 유혹의 빌미가 됐다. 그레이엄 목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일체 타협이나 의혹을 피하기로 다짐했고 아내 아닌 여성과 단 둘이 다니거나 만나는 행위를 금했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셋째는 ‘교회와 목회자 비난을 피하라’였다. 그레이엄 목사는 복음 전파를 위해 지역교회와 협력하는 것은 필수라고 보고, 반교회적·반목회자적 태도를 삼갔다. 넷째는 ‘홍보에 정직함을 공들이라’였다. 집회 성공을 부풀리거나 참석 인원을 실제보다 불리는 경향에 대해 정직할 것을 서약했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기독교 작가 마샬 쉘비의 말을 인용, “그레이엄 목사는 정직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며 “그레이엄 룰을 따르든 아니든 기독교 사역자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