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에서 대구 서문시장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4일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다녀간 다음 날이다. 지난달 18일 이곳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 지 17일 만의 재방문이기도 하다.
한국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김관용 경북지사와 김진태 의원도 지난달 14일과 20일 각각 이곳을 찾았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보수 진영 대선 주자 4명이 찾은 것이다. 일종의 ‘통과의례’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보수 정치인들이 서문시장의 단골손님이 된 이유는 이곳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중심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이자 조선시대 3대 장터 중 한 곳인 서문시장은 지금도 5500여개 점포가 입점한 큰 시장이다. 지리상으로도 대구 시내 정중앙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상인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50, 60대 이상 장년층이라는 점도 보수 정치인들의 발길을 끄는 요소다.
홍 후보는 서문시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도 대구 사람이 아니다. 홍준표만 유일하게 여기 출신”이라며 자신이 ‘TK 적자(嫡子)’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구의 다른 전통시장인 칠성시장도 들렀다.
지역 선대위 발대식도 TK에서 가장 먼저 열었다. 홍 후보는 TK 지역 지지자 3000여명이 모인 발대식에 참석해 유승민 후보가 전날 서문시장에서 ‘TK 적자’를 자처한 것을 언급하며 “그럼 나는 서자(庶子)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TK가 다시 뭉쳐 5월 9일 홍준표정부를 만드는 것이 박 전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식지 않은 지역 정서를 겨냥한 것이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조원진 의원도 TK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최 의원은 “보수적자 후보인 홍 후보의 당선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왔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리 민족의 5000년 가난을 해소하신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홍 후보는 경북 상주에 들러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재원 한국당 후보를 격려했다. 한편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유행했던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면, 아들 준용씨 채용 특혜 등을 문 후보 관련 3대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TK를 잡아라”… 대구 서문시장 ‘보수 상징’ 상한가
입력 2017-04-04 18:35 수정 2017-04-04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