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이 또 차기 행장 선정에 실패했다. 세 번째다. 정부와 수협중앙회 등 외부 입김에 표류하고 있다. 이원태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12일까지 후임을 정하지 못하면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수협은행은 4일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후보 11명을 3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 선임은 5일 행추위를 열고 다시 논의키로 했다. 3명의 후보가 누구인지는 원칙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행추위는 지난달 8∼9일 지원자 4명을 면접했으나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재공모를 통해 지난달 31일 이 행장을 포함한 7명을 추가 면접했지만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협은행 안팎에선 5일 행추위도 불발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협은행장 선임이 난항을 겪는 것은 ‘숟가락’을 얹은 곳이 많아서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해양수산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여기에다 수협은행에 공적자금 1조7000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도 목소리를 낸다.
행추위원도 기재부 장관, 해수부 장관, 금융위원장이 1명씩 추천하고 수협중앙회장이 2명을 추천한다. 수협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5명의 행추위원 가운데 4명이 동의해야 최종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양측 생각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력 후보는 이 행장과 유일한 내부 출신 강명석 상임감사다. 각각 정부 추천 행추위원과 수협중앙회 추천 행추위원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협중앙회 추천 행추위원들은 지난해 말 수협중앙회로부터 54년 만에 독립한 수협은행의 첫 행장은 내부 출신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 추천 행추위원들은 내부 출신 행장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행장이 실적도 좋아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山으로 가는 수협행장 인선 왜
입력 2017-04-05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