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석유류·농축수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일각에선 고령화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씁쓸한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달 물가 변동의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3월보다 2.2%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2012년 6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식료품과 교통비다.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5%, 6.4% 증가했다. 식료품의 경우 신선식품(7.5%) 물가 상승 영향이 컸다. 연초 상승세를 이끌었던 토마토(-8.5%) 양파(-11.3%) 등 채소류가 하락했지만 귤(106.2%) 등 과일류 가격이 올랐다. 계란 값도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이 남아 지난해 3월보다 43.1% 상승했다. 중국의 남획과 바다 수온 상승으로 씨가 마른 오징어(45.6%) 가격 오름세도 한몫했다.
지난해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교통비도 상승했다. 휘발유(12.4%) 경유(18.2%) LPG(15.8%) 모두 올랐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달보다 유가가 오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대비해서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강환구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인구구조 변화가 인플레이션 장기 추세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매년 1% 포인트 줄어들면 2020년 이후 물가상승률은 매년 0.02∼0.06%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통계청 인구추계를 보면 지난해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73.4%로 정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사상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게 된다.
고령화는 생산 둔화와 노동공급 감소, 저축률 하락, 실질임금 저하, 집값 등 자산 가격 하락, 재정 부담 등을 동시에 몰고 오는 악재다.
강 실장은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매년 0.5% 포인트 떨어져 2060년엔 49.6%가 될 것으로 계산했다. 현재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는 2%다.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따라 물가 목표치 조정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제 활력을 빼앗는 고령화에 맞설 방법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강 실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일) 구조개혁 정책을 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세종=신준섭 기자, 우성규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식료품·교통비 때문에… 서민 가계 ‘주름살’
입력 2017-04-0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