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법치주의가 안 되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죽고 싶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은 4일 ‘40년 지기’ 최순실(61·구속 기소·사진)씨는 형사재판 법정에서 언성을 높였다. 최씨는 “더블루케이나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잘못된 사람을 만난 건 인정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재단 돈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최씨는 공판검사석에 앉은 양재식 특검보 등을 향해 “특검이 내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뇌물 프레임을 갖다놓고는 나에게 진술을 강요했다”고 쏘아붙이고는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안 돼 있다. 재판장님,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에서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로 특검에 의해 추가 기소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참변(慘變)이라고 표현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는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처신으로 일어난 참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계속 참회하고 있으며 선의를 베푼 삼성 측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어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독일에서 ‘귀국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 ‘순리에 따라 재판받는 게 좋다’고 답변했었다”며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 당시 최씨에게 강력하게 귀국을 종용한 게 잘한 일인지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의상실 디자이너였던 임모씨의 특검 진술조서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임씨는 “박 전 대통령이 해외순방 나갈 때가 많아 한 달에 7벌 정도 제작했다”며 “지난해 10월까지 의상실 직원 월급이나 사무실 임차료, 원단 비용 등에 들어간 3억원은 최씨가 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특검이 이제 와서 대통령 의상 이런 걸 발가벗기는 건 여성의 기본적인 틀을 벗기는 것”이라며 “(특검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는 걸 인정 안 하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못할 거라는 협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첫 공판 최순실 “너무 억울해 죽고 싶다”
입력 2017-04-04 17:52 수정 2017-04-04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