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년 포드 넘은 테슬라… 머스크, 최고 혁신가 ‘우뚝’

입력 2017-04-05 05:02
‘21세기 최고의 혁신가’로서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우주개발사인 스페이스X, 태양광 패널 설치기업 솔라시티를 이끌고 있는 엘론 머스크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공개한 화성탐사선 ‘레드 드래곤’(왼쪽) 프로젝트뿐 아니라 지난해 9월 멕시코 과달라하나에서 열린 국제천문총회(오른쪽)에서 2025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AP뉴시스

설립한 지 14년에 불과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14년 전통의 자동차 업체 포드를 뛰어넘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테슬라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승부수가 하나씩 현실화하면서 그는 더 이상 ‘몽상가’가 아닌 ‘21세기 최고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3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사상 최초로 포드의 시가 총액(452억 달러)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주식은 이날 6% 상승했으며 시가 총액은 478억 달러(약 53조5300억원)에 달했다. 이제 테슬라보다 가치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는 시가 총액 511억 달러인 GM뿐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푸조(2012년 4월), 피아트 크라이슬러(2013년 5월), 스즈키(2013년 6월), 르노(2014년 2월), 현대차(2015년 6월), 닛산(2017년 2월) 등의 시가 총액을 뛰어넘으며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테슬라 주가 상승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호조 덕분이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2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난 수치다. 이는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 대비되는 것이다. 3월 들어 포드(7%) 도요타(2.1%) 혼다(0.7%)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감소했다. 포천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부터는 판매량 감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는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3단계 전략을 수립했다. 먼저 비싼 스포츠카를 내놓고, 다음으로 고가의 세단, 마지막으로 대중적인 가격의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모델X-모델S를 잇달아 판매했다. 2018년에는 3만5000달러 안팎의 모델3를 시장에 선보이고, 연간 생산량을 5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존 자동차 업체와 물량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CEO이기도 한 머스크는 저가 우주여행의 꿈도 가시화시키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30일 재사용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이미 한 번 우주로 쏘았던 로켓을 회수해 다시 사용한 첫 번째 사례다. 그동안 우주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비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발사 로켓을 재활용하면 우주로 가는 비용이 지금보다 10분의 1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로켓 재사용은 우주 기지 건설 등 우주 시대를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침없는 머스크의 도전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의 경우 생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모델X·S의 경우 생산 차질로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선언한 모델3도 이미 40만대를 넘은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기차 시대라는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는 수익성도 문제다.

스페이스X의 경우 로켓 발사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머스크의 도전은 한낱 꿈으로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