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과 전설적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동시에 사랑했던 ‘전설적 뮤즈’ 패티 보이드(Pattie Boyd·73). 해리슨과 클랩턴은 ‘절친’이어서 보이드를 둘러싼 이들의 삼각관계는 1960년대 영국 팝 음악계에서 큰 화제였다. 그러나 모든 사랑은 지나간다.
해리슨과의 결혼(1965)과 이혼(1977) 그리고 클랩턴과의 두 번째 결혼(1979)과 이혼(1989) 후 피폐해진 심신을 추스른 세기의 로맨스 여주인공은 사진작가로 일어섰다.
영국 모델 출신이자 사진작가인 보이드가 한국을 찾았다. 오는 28일 열리는 ‘패티 보이드 사진전: 록킹 러브(ROCKIN’ LOVE)’전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가진 간담회에 그는 올림머리 금발에 실루엣이 드러나는 블랙 셔츠와 흰 바지 차림으로 등장했다. 70대 나이가 무색한 경쾌한 패션이다. 그에게서 왕년 뭇 남성을 울렸던 모델 시절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열아홉, 스무 살 때부터 사진을 찍었어요. (모델로) 찍히는 것보다 사진작가로서의 제가 더 좋아요. 카메라 앞에서 서는 건 좀 부끄럽거든요. 카메라 뒤에서 통제하는 게 훨씬 편해요.”
전시 포스터엔 그가 거울을 보며 찍은 초상사진이 사용됐다. 여전히 각선미가 돋보이는 포즈지만 묘한 슬픔이 고여 있다. “클랩턴과 헤어지며 몹시 힘들었어요. 치장을 하고 외출하려는데 마침 카메라가 옆에 있었어요. 세월이 흘러 이 사진이 한국 관객에게 인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전시는 총 6섹션으로 구성된다. 매혹적인 패션모델 시절을 담은 사진부터 그가 찍은 해리슨과 클랩턴의 사진, 동시대의 뮤지션 사진,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찍은 작품 등 100여점이 나왔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등을 거쳐 한국에는 최초로 선보이는 사진들이다.
피사체로서 해리슨과 클랩턴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에릭이 사진 모델로서는 더 멋있었다. 옷을 차려입기를 좋아했고,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하길 좋아해 찍으면 근사하게 나왔다”면서 “너무 자주 찍으니 화를 내곤 했는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내팽개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진 속 에릭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많은 반면에 해리슨은 무심한 표정으로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보이드에겐 팝 역사상 가장 많은 곡이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리슨은 보이드를 향한 열렬한 사랑을 1969년 비틀스 앨범 ‘애비 로드’에 수록한 ‘섬싱(Something)’으로 표현했다. 감미롭게 흐르는 클랩턴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레일라(Layla)’도 그녀에게 바친 곡이다.
보이드는 이번 전시에 대해 “사진을 통해 보는 제 삶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8월 9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린다(070-5135-9454). 8000∼1만3000원.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조지 해리슨·에릭 클랩턴… “내가 사랑한 연인이자 모델”
입력 2017-04-0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