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해변길 8개 코스 100㎞, 걸으면 그곳이 그림이다

입력 2017-04-06 00:03
충남 태안의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연결하는 길이 250m 규모의 ‘대하랑 꽃게랑’ 다리가 바다 위에 웅장한 모습으로 떠 있다. 사람만 오갈 수 있는 인도교로 밤에 경관조명이 켜지면 화려하게 변한다.

걸으면 그림이 되는 곳이 있다. 세로로 길쭉한 반도를 따라 리아스식 해안이 라면처럼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절경을 펼쳐놓아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충남 태안이다. 자리를 바꿀 때마다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길이 조성돼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2011년부터 조성한 ‘태안 해변길’이다. 모두 8개 코스에 100㎞거리다. 드르니항, 별주부마을, 염전 등을 볼 수 있는 4코스 ‘솔모랫길’과 일몰 명소 꽃지해변을 품은 5코스 ‘노을길’이 인기다. 따뜻한 봄볕 아래 봄바람을 맞으며 포구와 갯마을, 조붓한 고샅길을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해변길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성된 솔모랫길은 몽산포에서 드르니항까지 13㎞ 정도 이어진다. 솔향기 가득한 솔숲 사이로 수북이 쌓인 곰솔잎과 부드러운 모래를 푹신하게 밟으며 산책하듯 걷는 ‘만족 두 배’ 코스다. 험한 구간이 없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족하다.

들머리는 몽산포해수욕장이다. 인근 태안해안국립공원관리공단의 탐방지원센터에서 안내도를 구할 수 있다. 개인 소유의 캠핑장을 지나 본격적인 길에 들어서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해변 솔숲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소나무 너머로 뽀얗고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큰 활 모양을 하며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솔숲을 지나면 길은 달산포를 거쳐 ‘마당같이 넓은 포구’ 청포대 해변에 다다른다. 해안가에 작은 섬이 물 위에 떠 있다. ‘자라바위’다. ‘덕바위’로도 불린다. 용왕이 있는 바다를 향해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마을 사람들이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를 찾아 육지로 올라왔던 ‘별주부전’의 자라라고 믿는 바위다. 안내판에 ‘자신의 충성이 부족해 토끼에게 속았다고 탄식하며 죽은 자라’라는 설명이 새겨져 있다.

인근 마을은 원청리다. 또 다른 이름은 ‘별주부 마을’이다. ‘토끼가 살았던 마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연관된 지명도 여럿 남아 있다. 마을 입구의 아름드리 해송 숲은 용왕의 명을 받은 자라가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첫발을 디뎠다는 용새(龍塞)골이다. 민박집과 펜션이 들어 차있는 마을에는 토끼가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추어 놓고 왔다’는 ‘묘샘’ 등이 전해진다. 노루미재 마루에 높은 건물 하나가 탑처럼 서 있다. 전망대이자 독살문화관이고 별주부 마을 사람들의 모임터다. 원청리 노인정도 함께 자리한다.

가까운 바다에는 독살이 있다. 독살은 V자 혹은 초승달 모양으로 쌓아 올린 돌담이다. 돌발, 돌살, 석전, 석방렴으로도 불린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밀물에 휩쓸린 물고기가 독살에 들면, 썰물을 기다려 퍼내기만 하면 되는 전통 어로 방식이다.

길은 신온리 염전마을로 이어진다. 초봄인데도 염전마다 ‘소금꽃’이 활짝 폈고 소금 결정을 끌어모으는 염부(鹽夫)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염전 옆에는 한서대학교 태안 비행장이 자리한다. 활주로와 계류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장난감처럼 작은 경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 한점으로 멀어져간다. 그 옆을 지나면 드르니항에 이른다. ‘들르다’란 우리말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어선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 ‘신온항’으로 쓰이다가 2003년 이름을 되찾았다고 한다. 건너편은 백사장항이다. 두 포구 사이엔 길이 250m, 폭 4m의 거대한 해상보도교가 세워져 있다. 2013년 조성된 ‘대하랑 꽃게랑 다리’다. 사람만 오갈 수 있는 인도교다. 밤에 경관조명이 켜지면 화려한 모습으로 변한다.

백사장항부터 노을길이 시작된다. 꽃지해변까지 11.5㎞가량 이어진다. 백사장항에서 1.5㎞ 정도 가면 창기리해변으로 접어든다. 이곳에 ‘삼봉’이 있다. 하나의 작은 바위산인데 마치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창기리 앞바다 삼섬, 뒷섬, 갈마섬, 지도, 거아도, 곰섬 등의 무인도와 함께 절경을 완성한다. 삼봉해변 밑에 있는 기지포해변은 해안사구로 유명하다.

노을길의 하이라이트는 방포전망대다. 언덕길을 따라 1.4㎞ 올라가면 꽃지해변이 한눈에 보인다. 작은 만(灣)인 방포항에는 천연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도 있다. 방포항에서 다리를 건너면 노을길 종점인 꽃지해변이다.

꽃지해변은 손꼽히는 해넘이 명소다. 할매바위와 할배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썰물 때면 두 바위는 모래톱으로 연결돼 서정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꽃지해변부터는 해변길 이름이 샛별길로 바뀐다.

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