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역대 대통령 功過, 포용하고 뛰어넘을 과제”

입력 2017-04-04 18:33 수정 2017-04-04 21:41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문 후보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있는 너럭바위를 바라보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참배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야권 주자들의 딜레마인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하며 후보 수락연설에서 공언한 ‘정의로운 통합’ 구상을 본격화했다.

문 후보는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역사에 많은 굴곡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功過)가 있었지만 그 공과도 우리가 안아야 할 역사이고 뛰어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대선에 임하면서 현충원을 참배하고 마음을 새로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은 대권 주자로서 ‘통합’에 무게중심을 둔 행보로 해석된다. 캠프 특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합리적 보수, 건전한 중도, 열정적 진보를 모두 묶는 개혁연합연대, 민주연합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외연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다만 보수 세력과 손잡지는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에 국민은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적폐의 생생한 민낯을 봤다”며 “공정과 정의의 토대에서 정의로운 국민통합을 이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오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참배 뒤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은 우리에게 주어진 개혁과 통합이란 과제를 이룰 때 달성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권교체와 국정운영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와 권 여사는 경선 소회, ‘광화문 대통령’ 구상에 따른 청와대 활용 방안 등을 주제로 1시간가량 환담했다. 김경수 캠프 대변인은 “정권교체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뜻이 구현될 수 있길 바란다는 권 여사의 당부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도 참석해 당선 인사를 했다. 문 후보가 등장하자 환호와 격려 박수가 이어지는 등 의총은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 후보는 “어느 캠프에서 누구를 지원했든 다 지나간 일”이라며 “의원들 모두 당 선대위에 빠짐없이 참여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추미애 대표에게는 당 중앙선대위 상임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각 시·도당 위원장들에게는 시·도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며 ‘문재인 캠프’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캠프’를 꾸릴 것도 약속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절박한 마음과 열의가 지나쳐 지지자들 가운데 좀 과도한 일들도 있었다”며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문자폭탄’ 사건 등을 언급했다. 이어 “상처받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해=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