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대행업자 된 해킹방어대회 입상자

입력 2017-04-05 05:00
국제적으로 유명한 해킹방어대회 입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해킹과 관련한 전문능력을 갖춘 A군(19)은 2015년 9월 자신의 중·고교 친구 등 13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다. 13명 중 5명은 정부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정보보안 전문가 양성교육’을 이수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건 역할까지 분담한 전문적인 해킹 홍보 사이트였다. 그들은 “엘리트 디도스입니다. 먹튀 사이트 등 사건사고로 인해 디도스 공격이 필요하신 분 연락주세요”라며 해킹 의뢰자를 모집했다. 해킹방어대회 수상자가 해킹 대행업자가 되고, 정부 산하기관 전문가 양성과정이 범죄자를 양산하는 교습소가 된 셈이다.

일당은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조건으로 경쟁 도박사이트 등을 326차례 디도스 공격했다. 공격 대상이었던 도박사이트 운영진으로부터도 공격 중지 대가로 건당 9만∼200만원을 뜯어냈다. 인터넷경매 업체 등 22곳을 해킹해 개인정보 1만8000여건을 빼내기도 했다. 빼낸 개인정보와 의뢰비로 모두 1500만원 상당을 챙겼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A군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에게 사이트 공격을 의뢰하거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양모(2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추모(21)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군 등은 “돈을 쉽게 벌어볼 생각이었다”며 “불법 도박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라 죄의식이 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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