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버스 탈취과정서 시위자 사망했는데… 경찰 잘못한 탓? ‘적반하장’ 친박단체

입력 2017-04-04 17:53
수사기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일어난 사망사고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친박 단체들은 “경찰이 과잉 진압한 탓에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경찰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불법 폭력집회를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광용 국민저항 총궐기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대변인은 경찰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며 버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박재휘)는 지난달 10일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아 집회 참가자를 숨지게 한 혐의(특수폭행치사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정모(66)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가 “헌법재판소로 가자”는 주최 측의 구호를 듣고 헌재로 가는 길을 막은 차벽을 뚫으려 경찰버스 운전석에 올라탔다. 정씨는 경찰버스를 운전해 50여 차례에 걸쳐 방호 차벽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방호 차벽 뒤에 있던 경찰 소음관리차가 흔들렸고, 그 위에 설치된 100㎏ 무게의 대형 스피커가 아래로 떨어지며 김모(72)씨를 강타했다. 김씨는 왼쪽 머리와 가슴을 크게 다쳐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경찰은 같은 날 정씨를 긴급체포해 지난달 13일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정씨에게 현장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경찰버스에 850여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드는 손상을 입힌 혐의, 다른 사람의 차를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적용했다.

국민저항본부 등 친박 단체들은 김씨 사망 책임이 경찰 탓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저항본부 진상규명위원회는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당시 경찰의 진압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버스 차벽에 충격을 가해 스피커가 흔들리는 것을 경찰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위대가 접근하는 것을 막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스피커에 깔린 뒤에도 경찰이 물러나지 않아 곧바로 구조되지 못했다며 경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버스 문을 잠그지 않고 차 열쇠를 꽂아둔 것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작 집회 주최자인 정 대변인은 경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3일 집회 주최자인 정 대변인에게 3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그는 “너무 바빠 시간이 없다”며 불응하고 있다. 경찰은 정 대변인이 3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가현 황인호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