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자강론-연대론 ‘갈림길’

대선 본선을 눈앞에 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당 대선 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전방위적인 ‘연대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최근 치솟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자강론(自强論)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대론은 주로 안 전 대표 자력으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보수 진영, 원외 빅텐트 세력이 안 전 대표와 힘을 합해야만 집권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시각이다. 연대론은 국민의당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4일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세력을 비롯한 중도·보수 지지층이 안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 정도 움직임으로는 더 이상 뚫고 오르기 어려운 ‘천장’을 만날 수밖에 없다”며 “이 천장을 깨려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 경쟁한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비롯해 당 내부에서도 연대론에 동의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5일 대권 출마를 선언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해 작은 세력이라도 수혈할 수 있다면 영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측은 인위적인 연대·단일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어렵게 제3정당 실험에 성공한 상황에서 보수정당과 손을 잡거나 정치적 연대에 나설 경우 정당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 등과의 연대 역시 이들이 국민의당에 입당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안철수캠프 관계자는 “탄핵 국면 이후 국민의당을 흔드는 외부 세력이 많았다.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결집시키는 구심점으로 국민의당을 지목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방법 외에 연대나 단일화가 이뤄지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에 반대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그걸 가정해서 말하는 건 마치 허깨비를 만들어 비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전날 “반문 연대는 적폐 연대”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문 후보와의 양강 구도에 대해서도 “국민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해왔다. 제가 가진 비전과 리더십이 더 낫기 때문에 출마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문 후보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국민의당은 또 다시 연대론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