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앨범’ 속 하용조 목사를 만나다

입력 2017-04-06 00:03

하용조 목사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빛바랜 앨범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하나님 품으로 가기 전의 그를 추억의 사진처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하 목사가 생전 언론과 한 인터뷰나 홍정길, 이동원 목사 등과의 대담 및 좌담 등을 묶은 것이다. 한국교회 대표 목회자로서의 신앙적 깊이는 물론 진솔한 인간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울림을 준다. 고난을 대하는 긍정적 태도,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목소리, 목회자의 바람직한 자세 등에 대한 신앙고백은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또렷하다.

내용 중에는 고난에 대한 부분이 많다. 평생 육체적 고통을 겪은 저자에게 고난은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고난이 축복”이라는 그의 늠름한 한마디에 고난을 대하는 자세가 함축돼있다. “고난이 심할수록 성령님의 은혜는 더욱 강하다” “고통은 위장된 축복”이라며 굳세게 대처하면서도 “아파서 잠을 못잘 때면 새벽 2∼3시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막 울며 기도한다”는 인간적 나약함도 여과 없이 털어놨다. 하 목사는 “고난은 결코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결론을 맺었다. 여러 번 교회를 걱정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 그는 “가장 걱정거리는 교회”라고 했다.

교회가 태풍처럼 흔들리며 위기의 절정에 있다고 했다. 하 목사는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공동체성이 회복되면 한국교회는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성경적·성령 중심적·문화적·역사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민국 10대 설교자로 뽑히기도 한 저자는 “설교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예수님을 대신해 하나님의 양을 하나님 백성답게 살도록 돕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책 제목처럼 하 목사는 하늘나라에서도 여전히 우리와 대화 하고 있었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