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탈 많은 한화… 이번엔 ‘2군 차출’ 충돌

입력 2017-04-05 05:02

매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한화 이글스가 또다시 시끌벅적하다. 이번엔 김성근(74) 감독과 박종훈(57) 단장이 선수단 운용 문제로 충돌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2군 투수 4명을 1군에 동행시키겠다고 구단에 알렸다. 그런데 이를 박 단장이 제지했다.

김 감독은 왼손 중간 투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2군 투수를 불러들여 직접 상태를 체크한 후 1군 진입 여부를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박 단장의 생각은 다르다. 육성을 받고 있는 선수가 의미 없이 1, 2군을 오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에도 김 감독이 2군 선수들을 대거 불러 1군 선수들과 동행시킨 뒤 경기에 투입하지 않고 2군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 현실을 보면 선수가 모자란다. 구단이 정말 경기를 이기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 단장도 “선수단 운영이나 인사권 등은 구단의 몫이다. 2군은 그대로 간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 감독과 박 단장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박 단장이 선임될 때 이미 예견됐다. 김 감독은 2014년 취임 후 코칭스태프 구성과 팀 운영 등에 대해 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혹사 논란과 함께 팀 성적도 좋지 못하자 김 감독은 올해 1군 운영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육성과 인사는 박 단장이 맡았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 충돌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장을 찾은 박 단장을 향해 김 감독이 “나가라”고 언성을 높인 장면도 목격됐다.

구단 관계자는 4일 “통상적으로 2군 선수를 불러올릴 때는 2군 코칭스태프에게 물어본 후 추천을 받는다”며 “팀 체질 개선과 육성을 위해 김 감독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일단 김 감독이 2군 선수 4명 콜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리그 시작부터 발생한 내부 분란을 지켜보는 팬은 착잡하다. 한 팬은 “이번 사건을 보니 예감이 좋지 않다”며 “선수들은 영향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