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400조 돌파… 절반 넘게 공무원·군인연금 줄 돈

입력 2017-04-05 00:05

나랏빚이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었다. 부채의 절반 이상은 공무원·군인연금의 미래지출 예상액인 연금충당부채가 차지했다. 두 연금이 갈수록 국가재정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것이다. 지난해 세수 호황으로 부채 증가 속도는 감소했지만 이런 기조가 지속될지 장담할 수도 없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138조900억원이나 늘었다. 이 중 미래지출을 고려하지 않고 현 시점에서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627조1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35조4000억원 증가했다. 국민 1인당 1224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국가부채에서 3분의 2(92조7000억원)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지금 당장 지출할 필요는 없지만 미래에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빚이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한 것은 저금리 때문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돼 부채의 현재가치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금리 탓만 할 게 아니라 낸 것에 비해 더 받는 공무원·군인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문제지만 구조적으로 이를 바로잡지 않는 한 공무원과 군인의 충당부채가 향후 국가재정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충당부채 때문에 나랏빚은 급증했지만 지난 한 해 재정 건전성은 2015년보다 나아졌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판단 기준인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과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것)는 22조7000억원 적자로 2015년(-38조원)에 비해 적자폭이 15조4000억원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6.3%보다 크게 낮았다.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히면서 수입이 지출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가 제대로 돈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산을 편성했지만 다 쓰지 못해 불용 처리된 돈은 지난해 11조원으로 2007년 이후 최대였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1조원을 편성했던 걸 감안하면 추경 없이 본래 예산만 충실하게 썼어도 충분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불용액은 기회비용 차원에서 써야 할 데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예산이다. 우리 재정의 ‘고질병’인 불용·이월액은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을 가로막는다. 국회는 매년 결산심사에서 과다한 불용·이월액을 시정하라고 요구하지만 행정부에선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년 불용액은 통상 본예산의 2∼3% 발생하는데 지난해에는 3.2%로 조금 많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